인도의 무착(無著)이 미륵보살의 설법을 듣고 지었다는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을 당(唐)의 현장(玄奘)이 648년에 한문으로 번역한 100권 가운데 제20권에 해당한다. 권말에 ‘병오세고려국대장도감봉칙조조(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라는 간기가 있어 1246년 제작한 고려 재조대장경의 목판으로 인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두루마리 형태의 권자본(卷子本)으로 두꺼운 닥종이를 사용하였고, 1장의 크기는 세로 32.7㎝, 가로 49㎝이다. 판형의 광고(匡高)는 22.5㎝이고, 계선이 없는 23행 14자의 전형적인 재조대장경 형식으로 되어 있다.
총 32장 중 앞부분 첫 장은 손실되었고, 둘째 장도 일부 훼손되어 40여 자의 본문 및 구결을 읽을 수 없으며, 셋째 장은 본문의 2자 정도가 보이지 않고, 넷째 장부터는 온전하게 남아 있다. 남아 있는 본문의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하게 석독구결이 기입되어 있다.
석독구결은 한문을 한국어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토를 단 것으로, 구결자(口訣字)로 토를 단 자토석독구결과 구결점(口訣點)으로 토를 단 점토석독구결의 두 가지가 있다. 자토석독구결에서는 한문의 어순을 한국어의 어순으로 바꾸어 주는 장치로 토의 위치를 한자의 오른쪽 아래와 왼쪽 아래로 구분하고 역독점(逆讀點)이라는 부호를 사용한다.
『유가사지론』권20은 자토석독구결 자료로서 모두 52가지의 구결자가 총 9,607번 쓰였다. 특히 ‘[일]’자는 다른 석독구결 자료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글자이다. 대체로 해정한 필체로 정성들여 구결을 기입하였고, 어순 표시를 위한 우측토와 좌측토의 위치 구분도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다. 다만 역독점은 간혹 찍지 않은 곳이 있다.
이 책에 기입된 구결은 원문의 한자를 한국어로 새겨 읽도록 어휘 형태를 표기한 것과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 형태를 표기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又不淨想略有二種’(또 부정상에 간략히 말하면 두 가지가 있다)라는 구절에는 ‘又 不淨想[아긔] 略[곤] 二種 有[잇다]’로 토를 달았는데, ‘[아긔]’는 ‘-에’에 해당하는 부사격조사를, ‘[곤]’은 ‘-면’에 해당하는 연결어미를, ‘[ㅅ]’은 어간 ‘잇-’의 종성을, ‘[다]’는 종결어미 ‘-다’를 각각 표기한 것이다. 문맥에 따라 ‘有’자를 ‘잇-’으로 읽지 않고, ‘두-’로 읽을 때는 ‘有’자에 ‘[두]’를 적어 독법을 표시해 주었다.
석독구결은 토에 반영된 표기 양상과 언어적인 특징에 따라 크게 『유가사지론』계통과『화엄경』계통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유가사지론』계통을 대표하는 자료이며 같은 계통의 자료로『합부금광명경』권3(자토 및 점토), 『법화경』(점토)『구역인왕경』(자토) 등이 있다.
이 책의 구결 기입 연대는 13세기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반영된 어휘나 문법 형태의 표기 양상은 11세기 무렵의 『유가사지론』각필구결과 유사한 반면, 14세기 이후의 음독구결 자료와는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한국어사의 시대 구분에서 고대 한국어 자료로 이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