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나무는 운향과의 큰키나무이다. 높이는 10m 정도까지 자란다. 전국의 낮은 산지에서 자라며, 옛날에는 기름을 얻기 위해 마을 주변에 많이 심어 길렀다. 학명은 Euodia daniellii Hemsl.이다. 잎은 마주나기를 한다. 새의 날개깃 모양으로 7∼11개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다.
꽃은 7∼8월에 새로 나온 가지 끝에 백색의 양성화가 무더기로 핀다. 나무껍질은 고목이 되어도 갈라지지 않고 회갈색을 띠며 매끈하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陽樹)이며 해안가나 건조지에서도 생육이 가능하다. 추위와 공해에도 잘 견디며 병충해도 없는 편이다.
중국 한약재에 오수유(吳茱萸)라는 것이 있다. ‘오나라에서 나는 수유’라는 뜻이다. 오수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상태로 자라지 않으며, 약재로 쓰기 위하여 가끔 중국에서 가져다 심기도 하였다.
대신 우리나라에는 이것과 모양새가 거의 비슷한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 나무를 나라이름 ‘오’ 자를 빼고 그냥 수유나무라고 부르다가 쉬나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중국의 오수유와 구분하기 위해 조선수유라 부르기도 하였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수유나무라고 한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쉬나무를 ‘소등(燒燈)’이라 한다. 소등이란 횃불이란 뜻인데, 이는 그 열매로 기름을 짜서 불을 밝혔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석유가 들어오기 전에는 불을 밝힐 때 소나무 옹이 부분의 관솔과 들깨, 아주까리기름 등을 썼다. 이 중에서도 쉬나무는 아무데서나 커다랗게 잘 자라고 기름 성분을 함유한 열매가 많이 달리기 때문에 동백나무, 때죽나무와 함께 중요한 기름으로 대접받았다.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호남 지방에서는 들깨 대신 쉬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불을 켰다.”라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은 이사를 가면서 등불을 밝히기 위한 쉬나무와 학자수로 알려진 회화나무의 종자는 반드시 챙겨갔다고 한다.
쉬나무 기름은 붉을 밝히는 용도 외에도 머릿기름, 해충구제약 또는 피부병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30년 이상 된 큰 쉬나무 한 그루에서 15㎏이 넘는 씨앗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쉬나무 기름을 대체에너지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나무 전체를 덮을 만큼 무더기로 피는 꽃에는 많은 꿀이 들어 있다. 영어명 ‘bee tree’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쉬나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밀원식물로 공원 및 생태공원에 공원수로 많이 식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