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피나무는 가래나무과의 큰키나무이다. 높이는 12m 가량 자란다. 중부 이남의 산 중턱 양지에 분포하며 남부 및 도서지역으로 갈수록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무껍질을 많이 사용하므로 노거수로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 경상남도 고성군 개천면 북평리에 소재한 옥천사에는 200년 이상 되는 굴피나무 노목군락이 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인데, 세로로 길고 잘게 갈라진다. 하나의 잎자루에 작은 잎 여러 개가 달리는 겹잎이고 가장자리에 깊은 톱니가 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5∼6월에 새 가지의 끝에서 황록색으로 핀다. 열매는 솔방울 같이 생겼으나 좀 더 작고 날렵하며 낙엽이 진 겨울에도 그대로 달려있다. 학명은 Platycarya strobilacea Siebold & Zucc.이다.
경상남도에서는 굴피나무를 굴태나무, 꾸정나무, 산가죽나무라고 부른다. 특히 산가죽나무라 부르는 이유는 겹잎의 모양과 회색을 띠며 세로로 갈라지는 껍질이 가죽나무와 닮았기 때문이다.
한자명으로는 화향수(化香樹), 방향수(放香樹), 고수(栲樹) 등으로 표현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이 나무의 이름이 필율향(必栗香)으로 실려 있다. 화향수와 방향수는 열매에서 향기가 난다는 뜻이고, 고수는 멀구슬나무를 뜻하는 글자이다. 멀구슬나무 역시 산가죽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굴피나무는 쓰임이 다양하다. 나무껍질은 질기고 물에 잘 썩지 않아 끈을 만드는데 쓰이며 어망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나무껍질에서는 황색 염료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을 어망 염료로 썼다. 열매는 황갈색 물을 들이는 염료로 이용되고, 열매가 달린 채로 꺾어 꽃꽂이 재료로도 쓴다.
한방에서는 열매와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소염 및 지사제로 사용하였다. 잎을 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다. 굴피나무는 흔히 굴피집을 만드는 재료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굴피집의 ‘굴피’는 굴참나무의 껍질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