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지장보살좌상 높이 102.5㎝, 도명존자상 높이 96.5㎝, 무독귀왕상 높이 105.5㎝, 시왕상 높이 110.5~124㎝. 장안사 명부전에 봉안된 석조지장시왕상으로, 본존불인 지장상을 비롯한 각 상에서 발견된 조성 발원문을 통해 1684년 6월에 승호(勝浩)와 함께 희연(熙衍), 천휘(天輝), 천택(天澤), 법능(法能), 법종(法宗), 수종(守宗), 처흘(處屹), 도신(道信) 등이 참여해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을 협시로 한 지장보살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시왕상, 동자, 귀왕, 판관, 사자, 금강역사상(장군) 등 모두 23구가 배치되어 있다. 이 불상을 만든 승호는 17세기 중 · 후반에 경상도를 거점으로 활동한 조각승으로 1640년에 청허가 제작한 거창 심우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원 덕유산 연수사. 보물, 2010년 지정) 조성에 처음 등장하고, 수화승으로 1678년에 청도 덕사 영산전 석조여래삼존상 및 십육나한상, 청도 덕사 명부전 석조지장삼존상 및 시왕상, 1681년에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시왕상, 1685년에 청송 대전사 석조석가여래삼존불좌상 등을 제작하였다.
명부전 지장시왕상의 재료는 불석(佛石)이다. 곧은 자세에 신체가 짧고 무릎이 높으며, 장방형의 큰 얼굴에 측면이 두꺼워 장중한 느낌을 주는 불상이다. 주존불인 지장보살상은 민머리에 오른손은 아래로 내린 항마촉지인을,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해 엄지와 중지를 맞댄 채 무릎에 둔 손 모습을 취하였다. 긴 얼굴은 넓은 이마, 가늘고 기다란 눈, 큼직한 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얇은 입을 표현하여 미소를 띤 자비롭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착의법은 편삼 위에 대의를 입은 변형 통견식이며 옷주름이 간결하고 평면적이다. 다리 사이 중앙의 맞주름을 바깥으로 접은 점이 특징인데 이는 승호의 불상에 등장하는 공통적인 요소이다.
협시상인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상은 지장보살과 같은 신체 비례에 얼굴 모습도 거의 유사하다. 시왕상은 단순한 형태의 등받이의자 위에 다채로운 표정과 자세로 앉아 있다. 미간을 찌푸리고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눈썹을 표현하여 성이 난 것 같은 제7태산대왕의 표정이 재미있으며, 곧추 세운 오른쪽 다리로 해태로 추정되는 서수(瑞獸)를 밟고 있거나, 옷을 살짝 걷어 장화를 신은 한쪽 다리를 드러낸 존자 등의 모습이 독특하다. 서수를 밟고 있는 태산대왕이나 원류관 중앙에 커다랗게 장식된 모란꽃 표현은 승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인 점에서 주목되며, 제6변성대왕 관에 날개를 편 봉황이 장식된 점도 독특하다.
17세기 후반경 수화승으로 활동한 승호가 제작한 장안사 명부전 석조지장시왕상은 제작 시기와 봉안처가 명확하며 짧은 신체와 원만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주목되는 불상이다. 조각승 승호의 개인적 조형 감각이 잘 드러나 있고 불석제 불상의 특징인 높은 무릎, 둔중한 측면, 몸에 밀착된 손, 단순한 옷주름 등이 표현되어 있어 승호의 작품 세계와 불석제 불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한 이 불상을 통해 승호와 승호의 계보를 따르는 조각승들이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어 조선 후기 경상도 지역 불교조각 연구에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