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강원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종이 바탕에 수묵. 각 폭 세로 146150㎝, 가로 104106㎝. 영월 만봉불화박물관 소장. 시왕(十王)은 명부(冥府: 사람이 죽어서 심판을 받는 곳)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인 제1진광대왕(秦廣大王), 제2초강대왕(初江大王), 제3송제대왕(宋帝大王), 제4오관대왕(五官大王), 제5염라대왕(閻羅大王), 제6변성대왕(變成大王), 제7태산대왕(泰山大王), 제8평등대왕(平等大王), 제9도시대왕(都市大王), 제10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을 가리킨다. 사자(使者)는 죽은 자를 명부에 데리고 오는 소임을 맡은 이들로 감재사자(監齋使者)와 직부사자(直府使者)가 대표적이다. 이 그림은 시왕과 명부 사자를 그리기 위한 밑그림[草本]으로, 현재 제9도시대왕과 감재사자도를 제외하고 총 10폭이 남아 있다.
시왕도 초본은 종이 위에 먹선으로만 형상을 표현했다. 각 시왕의 오른쪽에는 해당 대왕의 이름과 그가 주재하는 지옥의 이름을 적었으며, 왼쪽에는 제작 시기와 화사(畵師)를 기록하였다. 1879년(광서 5)에서 1880년에 걸쳐 제작되었으며 화승(畵僧)인 명안(明眼)과 동운(東雲)이 그렸다.
사자도는 직부사자도가 남아 있는데, 1881년(광서 7)에 그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화승들의 이름 앞에는 ‘습자(習者)’라고 쓰여 있어 이 초본이 습회용(習繪用) 초본임을 알 수 있다. 습회용 초본이란 화사가 화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선대 화사들의 초본을 교본으로 하여 도상이나 필선을 연습한 초본을 의미한다. 이 초본과 유사한 도상의 작품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태고사(太古寺) 「시왕도」(19세기)가 있다. 따라서 이 초본은 19세기에 유통되던 초본과 그림을 바탕으로 모사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초본을 그린 화사 중 동운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하였으며 1906년에 제작된 경기도 여주 신륵사 지장보살도, 시왕도, 신중도 제작에 동참하였으며 1930년에는 경상남도 밀양 표충사 삼세불도를 그리기도 했다. 명운은 구체적인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시왕도 초본은 각 화면의 상부에 시왕 중 1위를 크게 부각하여 위엄 있는 모습으로 그렸으며 그 주변에는 판관(判官), 동자와 동녀 등 다양한 권속을 표현하였다. 화면의 하부에는 해당 지옥에서 벌을 집행하는 옥졸(獄卒)과 고통 받는 망자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였다. 시왕도의 화면 상부와 하부는 구름과 전각 표현을 통해 경계를 나누었다. 직부사자도에는 말을 타고 망자를 데리러 떠나려는 사자와 함께 망자의 명부를 든 판관과 옥졸 등을 함께 표현하였다.
이 초본들은 세밀하면서도 노련한 필치가 돋보이는 밑그림으로 현재 조선 후기 시왕도 초본이 드문 상황에서 희소성이 매우 크며 제작 연대와 제작 화승의 이름도 명확히 기재되어 있어 가치가 있다. 또한 조선 후기 초본의 다양한 용도와 종류를 파악하는데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