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무명 바탕에 채색. 세로 153㎝, 가로 249.5㎝. 십육나한은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과(阿羅漢果)에 이르렀으나 미륵(彌勒)부처가 올 때까지 열반(涅槃)에 들기를 미룬 채 이 땅에 남아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소임을 맡은 16명의 불제자이다. 나한은 십육나한, 십팔나한, 오백나한으로 무리를 이루어 신앙화 되는데, 그 중 십육나한은 나한의 성격이 가장 집약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십육나한의 구성과 성격은 『불설대아라한난제밀다라소설법주기(佛說大阿羅漢難堤密多羅所說法住記)』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이 그림은 경전에 기술된 십육나한의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근대기 서울 지역의 대표 화사인 보암당(普庵堂) 긍법(亘法)이 주관하고 두흠(斗欽)과 현상(炫祥)이 동참하여 그렸다. 대한제국기인 1907년 황실의 명(命)을 받아서 강재희(姜在喜), 강문환(姜文煥) 등이 관리 감독하여 제작한 여러 점의 수국사 불화 중 하나이다.
한 화면을 총 17개로 분할하여 석가삼존과 십육나한을 각기 배치한 특이한 구도의 작품이다. 십육나한은 석가모니로부터 정법수호와 중생 구제의 수기(授記)를 받은 제자들이므로 함께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역시 그 중 하나이다. 각기 분할된 화면에 산수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나한을 크게 부각하여 그렸고 그 옆으로 공양자, 시자, 동자 등을 함께 표현하였다. 나한은 향로나 염주, 석장 등의 지물을 들고 예배를 드리거나 공양자로부터 시주를 받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붉은색과 녹청색을 위주로 채색하였다.
이 그림은 남양주 불암사 십육나한도(1897)와 매우 유사하다. 긍법은 경선당 응석(慶船堂應釋)이 주도한 불암사 십육나한도의 제작에 동참했었는데 이를 계기로 도상을 인식, 공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화면의 크기가 달라서인지 일부 존상을 생략하는 등 변용하면서 차별성을 꾀하였다.
화면 분할 구도를 활용한 그림으로 근대기 서울 · 경기 지역에서 제작된 불교 회화의 경향을 이해하고 십육나한도의 내용과 특징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황실의 안녕과 성수만세(聖壽萬歲)를 기원하며 제작된 황실 발원 불화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