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은 6월 민주항쟁과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고 노동진영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힘이 성장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급속도로 민주화가 이루어져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와 변형을 겪게 된 기점이었다.
‘87년 체제’는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형성하는데 87년의 민주화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87년 체제는 1987년을 기점으로 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이행과 민주개혁의 시기를 거쳐 형성된 체제로서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출현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체제의 복합적 특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87년 체제’라는 용어가 쓰이는 일차적인 이유는 현재 우리의 직접적 뿌리가 87년에 닿아 있다는 인식과 더불어 87년이 우리사회의 전환점인 동시에 그 전환 형태가 이후의 사회상황에 대한 구조형성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87년 체제는 ‘운동에 의한 민주화’를 기본 동력으로, 9차 개헌헌법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정치권의 폐쇄적 협약을 통해 형성된 정치구조, 헌정구조를 말한다. 전환점으로서의 87년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확인되는데, 정치적으로 87년 체제는 권위주의체제의 종식과 형식적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의미하며 경제적인 수준에서 87년 체제는 전환점을 이루는 동시에 구조형성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라는 두 축을 교차시켜 87년 체제의 성격을 규정해본다면, 정치적인 수준에서는 민주화가 난항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진전되어왔지만, 경제적으로는 답보와 정체 그리고 보수적 헤게모니의 확립이 이루어졌으며, 그로 인해 권위주의적 산업화를 추진했던 세력과 민주화세력 사이에 일정정도 힘의 균형이 형성된 체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