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조계종의 승려였던 금명보정이 불교적인 내용이나 불교와 관련된 시를 선발한 시선집(詩選集)이다. 226명 시인의 시 443수가 수록되어 있다. 시제(詩題) 아래에 시인의 이름을 써넣어 누구의 시인지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시대는 삼국시대로부터 시작하여 구한말에 이른다. 또 많지는 않지만 중국인의 시와 일본 승려의 시, 그리고 중국과 고려·조선의 왕들이 남긴 시도 포함되어 있다.
발행년 미상의 필사본으로 전라남도 순천 송광사에서 저술하였다. 1책이며, 26.1×18.9㎝이다.
『대동영선(大東詠選)』이란 ‘해동에서 지어진 시를 선별한 책’이란 의미이다. 따라서 주로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시를 모으고 있다. 불가(佛家)의 시가 주를 이루며 유가(儒家) 사대부나 문인의 시도 다수 선발되어 있다. 동일 시제에 몇 수의 시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모두 443수에 이른다. 시제에 작자를 직접 기록한 경우는 190인이나 그 외에도 제목에 의하여 거의 모든 시편의 작자를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다양한 계층과 성향의 인물들이 지은 시를 수록한 점으로 볼 때 금명보정의 식견과 관심의 폭을 알 수 있다.
시의 배열은 「반야다라시달마게(般若多羅示達摩偈)」로부터 『삼국유사(三國遺事)』 소재 찬송(贊頌), 이후 원효(元曉)·최치원(崔致遠) 등에서 시작하여 황매천(黃梅泉)·김창강(金昌强) 등 근대 인물의 시에 이르러 찬집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아 시대순으로 작품을 배열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순이 반드시 타당하지는 않다. 따라서 일정한 찬집 기준과 기획에 의한 선집이라기보다는 시대적 순서를 기본 축으로 하여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선별한 작품을 수시로 추가했다고 생각된다.
또 많지는 않지만 중국인과 일본인의 시도 실려 있는데, 중국인의 시로는 한유(韓愈)의 「영연화(詠蓮花)」, 이고(李翺)의 「상약산대사(上藥山大師)」, 배휴(裴休)의 「찬황벽사(贊黃蘗師)」, 원매(袁枚)의 「음풍수설(吟風水說)」 등이 있다. 또 일본 승려 수윤(壽允)이 쓴 「이호구송(以號求頌)」이라는 시가 1편 실려 있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 승려에게 준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시일승석옹」(示日僧石翁: 나옹혜근)·「시일승지성」(示日僧知性)·「시일승석옹」(示日僧石翁: 태고보우)·「시일승문한」(示日僧文漢: 천봉)·「송일승대유」(送日僧大有: 권근)·「시일본선소(示日本仙巢) 삼수(三首)」·「여정증일승 삼수」(旅亭贈日僧 三首: 송운유정)·「시일본은상인」(示日本誾上人: 서거정) 등이다. 나아가 중국과 고려·조선의 왕들의 시도 실려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불교를 신봉하였거나 불교와 관계가 깊은 왕들이다.
본서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불가의 시선집이라는 사실이다. 본서에는 반야다라(般若多羅)의 게송으로부터 임제의현(臨濟義玄)을 비롯한 중국 고승의 게송, 고려시대 보조지눌(普照知訥)에서 근대의 경허성우(鏡虛惺牛)에 이르는 게송, 20편에 이르는 『삼국유사』 소재 찬송 등은 불교문학으로서의 본서의 성격을 말해준다.
수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대 고승들의 문집에서 선별한 시로서, 『대각국사문집(大覺國師文集)』에서부터 편자 자신의 시까지 포괄하고 있다. 특히 선종의 주요 조사들의 임종게(臨終偈)를 많이 싣고 있다. 임종게라는 것은 고승대덕이 입적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최후의 유훈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본서가 지니는 종교문학적 성격을 알 수 있다.
금명보정은 구한말 전통적 방식으로 불교사를 이해한 마지막 세대였다. 그의 저작 속에는 ‘전통을 집성’하려는 강한 의식이 엿보인다. 그 성과 중의 하나가 본서이다. 본서는 주로 우리나라의 역대 시 가운데 종교성과 문학성을 아울러 지닌 작품들을 선별함으로써 수준 높은 종교시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