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대불교사상사』는 고익진이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을 정리해 간행한 책이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 삼국의 불교전래와 정착, 대승교학(大乘敎學)의 발생과 교학사조, 신라중대(新羅中代) 화엄사상의 전개와 그 영향, 초기밀교의 발전과 순밀(純密)의 수용, 신라하대(新羅下代)의 선(禪) 전래, 결론이 그것이다. 본서는 한국고대의 불교사상을 ‘사상사적(思想史的)’인 관점에서 다룬 것으로 불교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고대불교사상사』는 1987년에 고익진이 제출한 박사학위논문을 그의 사망한 이후에 제자들이 출간하였다. 저자의 서문에 의하면, “본서는 단순한 교리사나 교단사와는 성격이 다르며, 또 오로지 불교의 사회적 성격을 다룬 기존의 역사학계의 연구 경향과도 다르다. 본서는 그러한 여러 측면을 종합하여 한국고대불교의 전체적인 흐름을 사상사적 관점에서 다룬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신국판 1책으로 616쪽이다. 1989년에 동국대학교출판부에서 간행되었다.
고익진은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원래 『아함경(阿含經)』 전공자였던 저자는 1979년 무렵 한국불교전서 편찬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불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저서로는 『한역불교근본경전』(1981)·『한글아함경』(1982)·『한국의 불교사상』(1986)·『한국찬술불서의 연구』(1987) 등이 있으며, 제자들이 유고를 포함시켜 재출간한 것으로 『한국고대불교사상사』(1989)·『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1990)·『불교의 체계적 이해』(1994)가 있다.
『한국고대불교사상사』의 내용을 보면, 2장 「삼국의 불교전래와 정착」에서는 불교전래 초기에 전법승(傳法僧)들이 설한 불교교리는 인과화복지설(因果禍福之說) 곧 소승(小乘)적 업설(業說)이었는데, 이는 인간중심의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종래의 무교(巫敎)의 세계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업설은 새로 등장한 이계(異系) 왕권의 절대화라는 면과 부합되는 것이어서 왕실측에 의해 불교가 적극 수용된 것이라고 보았다. 3장 「대승교학의 발생과 교학사조」에서는 삼국시대의 교학사조를 전반적으로 종합·정리하면서 고구려 승랑(僧朗)의 삼론학(三論學)과 신라 원측(圓測)의 유식학(唯識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4장 「신라중대 화엄사상의 전개와 그 영향」은 저자가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서, 책 전체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삼국통일를 전후한 시대적 전환기에 화엄이라는 새로운 불교사상이 전래되어 신라사회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는데, 화엄사상의 유행에는 원효(元曉)의 독창적인 철학과 의상(義湘)의 실천적인 교학운동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5장 「초기밀교의 발전과 순밀의 수용」에서는 신라밀교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밀교의 선구적 사상가로는 원광(圓光)과 안홍(安弘)이 있었으며 이들을 이어 밀본(密本)·명랑(明朗)·혜통(惠通)이 활약하였는데, 명랑의 문두루법(文頭婁法)은 『관정경(灌頂經)』의 주술의례에 『금광명경(金光明經)』·『십륜경(十輪經)』 등의 호국사상을 보태어 그 위에 다시 유가(瑜伽) 사상을 곁들인 독특한 구조라고 하였다.
6장 「신라하대의 선전래」에서는 구산문(九山門)이라는 명칭은 한국선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는 특색 있는 개념으로서 국내에서 법을 전해 받음이 없이 입당전법(入唐傳法)한 선사만을 개산조(開山祖)로 치고 있다는 점에서 인적(人的)인 사사를 중시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고대불교사상사』는 한국고대불교에 관한 뛰어난 저술로서 현재에도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종래 교리의 연구에만 빠져있던 불교학계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상사적’인 시각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고대불교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수집·망라하여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