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국시대 통일신라 황룡사(皇龍寺) 승려였던 표원이 80권의 『화엄경(華嚴經)』을 바탕으로 편집한 일종의 화엄학 개론서이다. 내용은 표원 이전의 신라와 중국의 화엄 사상가, 지론(地論) 사상가의 저술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인용한 것이며, 덧붙여 자신의 견해도 일부 서술하였다. 『 화엄요의문답(華嚴要義問答)』이라고도 한다.
『한국불교찬술문헌총록』에는 『화엄경요의문답(華嚴經要義問答)』이 일본의 『화엄경론장소목록(華嚴經論章疏目錄)』에 기록된 3권의 일실 문헌으로 『 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決問答)』과 다른 문헌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화엄경요의문답』의 이칭(異稱)이 『화엄경문의요결문답』이다.
종래에 우리나라에는 전해지지 않았으며, 일본에만 6종의 필사본이 존재한다.
가. 좌등달차랑 구장본(佐藤達次郞舊藏本), 『화엄문의요결문답(華嚴文義要决問答)』 권제(卷第)1 나. 연력사 소장본(延曆寺所藏本), 『화엄요의문답(花嚴要義問荅)』 권상(卷上), 권하(卷下) 다. 동대사사 성장본(東大寺四聖藏本), 『화엄문의요결문답(華嚴文義要决問答)』 권제(卷第)1, 권제(卷第)2 라. 용곡대 소장본(龍谷大所藏本), 『화엄문의요결문답(華嚴文義要决問答)』 권제(卷第)1~권제(卷第)4 마. 경도대 소장본(京都大所藏本), 『화엄경문의요결문답(華嚴經文義要决問答)』 권제(卷第)1~권제(卷第)4 바. 동대사송원 문고본(東大寺松原文庫本), 『화엄문의요결문답(華嚴文義要决問答)』 권제(卷第)1, 권제(卷第)2
가. 좌등본(佐藤本) 『화엄문의요결문답(華嚴文義要决問答)』 1권(卷)은 권자본(卷子本) 1축(軸)으로 나라시대 말기(奈良時代末期)에 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내용은 (1가)에 제시된 권제(卷第)1의 ‘칠처구회의(七處九會義), 설경시의(說經時義), 설경불의(說經佛義), 수십전유의(數十錢喩義), 육상의(六相義)’ 등이다. 이 문헌은 제2차 세계대전의 도쿄 대공습(東京大空襲)으로 원본이 소실되었지만 소실 직전인 1939년에 문헌에 기입된 점토(點吐)와 부호(符號)까지를 반영한 정교한 복제본이 만들어졌다.
나. 연력본(延曆本)은 799년에 오계(五戒)를 받은 재가자(在家者)인 근사행복(近事行福)이 서사한 문헌이다. 권상과 권하로 나누어진 두 권의 권자본(卷子本)으로 『화엄요의문답(花嚴要義問荅)』의 권상과 권하는 (1가)와 (1나)에 제시한 『화엄문의요결문답』의 제1권과 제2권의 내용과 일치한다. 권상과 권하에는 799년(연력(延曆) 18)에 이 문헌이 서사(書寫)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권상의 권말에는 802년에 지원(智圓)이 스승의 강설을 들었다는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이 문헌에는 황갈색(黃褐色)으로 된 구두점(句讀點)이 찍혀 있어 일본 어학계에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표원에 관해서 상세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석굴암과 불국사가 창건된 751년(경덕왕 10)을 전후해서 8세기 후반까지 생존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으며, 신라시대 화엄의 두 유파인 의상(義湘)계와 원효(元曉)계 가운데 원효계의 승려로서 간주된다.
『화엄경문의요결문답』은 일본 화엄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 본서의 정확한 성립 연대도 알 수 없는데, 일본의 쇼우소우인(正倉院) 문서에 의하면 본서가 751년에 일본에 전해졌다고 하므로 730-745년경에 성립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본서는 우리나라에는 전해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라나 고려의 문헌에도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는 일찍부터 전래되어 인용되거나 목록으로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일본 헤이안(平安, 794-1192)시대의 승려인 쥬료우〔壽靈〕의 『오교장지사장(五敎章指事章)』에 수전법(數錢法)의 부분이 인용되어 있고, 묘우에〔明惠, 1173-1232〕의 『최사론(摧事論)』에는 본서 권2의 「사발심(四發心)」 문장이 그대로 인용되는 등 일본의 헤이안시대 초기부터 가마쿠라(鎌倉, 1185-1333)시대에 특히 코우산지〔高山寺〕 계통의 화엄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본서에 표원이 인용한 문헌은 대단히 많으나 현존하는 것으로서는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의 『대승의장(大乘義章)』과 『십지론경론의기(十地論經論義記)』, 원효의 『법화종요(法華宗要)』, 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기(華嚴一乘法界圖記)』, 법장의 『오교장(五敎章)』 · 『지귀(指歸)』 · 『삼보장(三寶章)』 · 『문의강목(文義綱目)』 · 『대승기신론의기(大乘起信論義記)』, 정법사(靜法寺) 혜원(慧苑)의 『간정기(刊定記)』 등이다. 표원은 이들 문헌을 단순 인용한 것은 아니며, 자기의 의도대로 인용 문헌을 가감 첨삭(加減添削) 함으로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본서는 18과목(科目)을 세워 『화엄경』을 해설하고 있다. 18과목이란 칠처구회의(七處九會義), 설경시의(說經時義), 설경불의(說經佛義), 육상의(六相義), 십전유의(十錢喩義), 연기의(緣起義), 탐현의(探玄義), 보법의(普法義), 발보리심의(發菩提心義), 실제의(實際義), 여여의(如如義), 법계의(法界義), 일승의(一乘義), 분교의(分敎義), 십주의(十住義), 십행의(十行義), 십회향의(十廻向義), 십지의(十地義)이다.
또 각각의 과목을 석명(釋名) · 출체(出體) · 문답분별(問答分別)의 삼문(三門)을 세워 설명하고 있는데, 석명에서는 과목명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출체에서는 해당 과목의 근본 내용을 밝히며, 문답분별에서는 내용에 관한 의문 사항을 문답 형식을 빌어 보충 설명하고 있다.
18과목의 내용을 보면, 우선 칠처구회의에서는 『화엄경』의 가르침이 설해진 곳 · 시기 · 설하는 주체 · 목적 · 의거한 삼매 · 설해진 법 · 경의 종류 등의 7개 항목으로 문답을 설정해서 설명하고 있다. 설경시의에서는 『화엄경』을 설한 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석명에서는 “경이란 설상(說相)을 하나로 꿰뚫어 중생을 포섭하되, 그 시기는 처음에 정각(正覺)을 이루었을 때 일체의 겁(劫)을 두루 포섭한다.”라고 설명한다.
설경불의에서는 부처가 경을 설하는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처의 명칭을 혜원의 『간정기』와 법장의 『삼보장』을 인용하여 풀이하고 나서, 역시 혜원과 법장의 설을 인용하여 경의 종지가 일체의 법과 삼종세간을 포섭하듯 10대가 상즉(相卽) 하며, 해인 삼매(海印三昧)를 본질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육상의와 십전유의에서는 화엄교학의 중심 교의에 대해 설하고 있는데, 육상(六相)이란 총상(總相) · 별상(別相) · 동상(同相) · 이상(異相) · 성상(成相) · 괴상(壞相)으로서, 존재 또는 세계의 구성을 6개의 각도로 쪼개어 해석함으로서 법계연기(法界緣起)의 실상을 밝히고 있다.
십전유의는 돈의 비유로써 법계연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즉 체(體)와 용(用)의 측면에서 법계연기를 설명하되 동체(同體)나 이체(異體)나 할 것 없이 상즉상입이 이루어짐을 밝히고 있다.
연기의에서는 십전유의에서 익힌 동체 · 이체의 의미를 비유가 아니라 직접 존재들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표원은 여기서 혜원의 『십지경론의기』와 름사(懍師)의 연기 논리를 법장의 동체 · 이체의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근거로서 설정하여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탐현의에서는 하나의 양상에 만 가지 존재 원리가 동일하게 내포되어 있고, 그 각각의 존재 원리 속에 또 만 가지 존재 원리가 내포되어 무진(無盡)이 되는 관계를 혜원의 이종십현문(二種十玄門)과 『탐현기』의 십현문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보법의는 무애연기(無碍緣起)를 공간적인 크기, 시간적인 장단(長短) 등의 동상과 이상의 관계의 상호 동일화, 상호 포섭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발보리심의는 실천에 관한 것인데, 표원은 발보리심이 연기의 도리를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의에서는 본제(本際) · 선제(先際) · 후제(後際) · 실제(實際)의 의미를 름사의 이론을 전부 인용하여 밝히고 있다.
여여의는 실제의의 가장 마지막에 나온 ‘여여(如如)’의 용어를 재차 설명하는 대목이다. 실제의가 시간적인 인간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설명한 대목이라면, 여여의는 공간적인 대상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설명한 부분이다.
법계의에서는 법계의 본질을 수연법계(隨緣法界) · 대연법계(對緣法界) · 망연법계(忘緣法界) · 연기법계(緣起法界)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일승의는 교판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이다. 표원은 일체의 존재 치고 승체(乘體)가 아닌 것이 없다는 원효의 설에 근거해서 법장의 동별이교(同別二敎)의 설을 수용한다. 그리고 일승(一乘) 중 동교(同敎)의 입장에서 다시 승(乘)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문제 의식의 발로로서 『법화종요(法華宗要)』의 소승법(所乘法) 분류를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분제의에서는 오교판(五敎判)의 시각에 근거해서 각각 교법들의 교체(敎體)를 논하고, 그 양상의 차별이 야기된 이유에 대해 각 교의 특성을 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십주의부터 십지의까지의 4과목은 모두 실천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표원은 여기서 정영사(淨影寺) 혜원을 중시하여 인용하고 있으며, 거의 전 내용에 법장과 혜원을 인용하고 있다.
『화엄경요의문답』은 현존하는 신라의 화엄 관계 문헌 가운데 분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본서는 일본의 화엄 사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본서에는 름사의 법경론(法鏡論)이나 원효의 보법의에 관한 내용 등 종래에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들이 많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