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관경기(心地觀經記)』는 권수 미상의 책으로 현재 전하지 않는다. 충렬왕의 요청에 의하여 미수가 『심지관경』에 대해 기문을 찬술한 것이다.
충렬왕은 원나라 수도 연경에 있으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매일 『대반야경(大般若經)』을 독송케 할 만큼 불교에 심취하였다. 어느 날 한 강주(講主)가 『법화경(法華經)』 신해품(信解品)을 해석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충렬왕이나 주변의 사람들이 이를 능히 할 수 없자, 충렬왕은 유가사(瑜伽寺)의 주지인 미수를 불러서 『법화경』 신해품의 주해(註解)와 『심지관경』에 대한 소기(疏記)를 짓도록 하였다. 이는 당시 아들인 충선왕과의 관계, 그리고 원과의 관계라는 주변 상황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은종(慈恩宗)의 고승 미수는 오공진각묘원무애국존(悟空眞覺妙圓無碍國尊)으로, 원 간섭기에 충렬왕·충선왕·충숙왕의 존숭을 받으며 교학진흥에 공헌하였다. 『심지관경』은 『대승본생심지관경(大乘本生心地觀經)』으로 밀교에 기반을 둔 경전이다. 특히 “세간과 출세간의 은혜는 네 가지가 있으니 부모의 은혜, 중생의 은혜, 국왕의 은혜, 삼보의 은혜이다.[世出世恩有其四種 一父母恩 二衆生恩 三國王恩 四三寶恩]”라고 하였고, “‘열심히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복덕과 차이가 없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라.[勤加修習孝養父母 若人供佛福等無異 應當如是報父母恩]”라는 내용 등도 실려 있다.
이러한 『심지관경』에 대한 미수의 『심지관경기』 등을 보고 주변인들이 당시 여러 쟁론을 그치고 그를 찬미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서 미수의 불교의식과 그 정도를 잘 알 수 있으며, 원 간섭기에 충렬왕이 아들인 충선왕과 관계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