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1871~1909)의 행적을 정리한 책자에는 구전설화(口傳說話)의 모티프가 담겨 있다. 비범(非凡)한 인물의 행적을 중심으로 일대기(一代記)가 구성되고 전승(傳承)된 흔적을 지니고 있어서 설화(說話)적 가치가 높다. 강일순(강증산)의 생애를 출생-성장-각성(覺醒)-징험(徵驗)-죽음 등으로 정리하여 보면, 그의 출생담(出生談)의 핵심은 두 가지 각도에서 정리된다.
첫째는 태몽과 출생에 대한 것이다. 어머니 권씨는 하늘이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큰 불덩어리가 내려와 자신의 몸을 덮었다가 다시 하늘과 땅이 밝아지는 태몽을 꾸었고, 임신한 후 13개월 만에 강증산을 낳았다고 한다. 여느 비범한 인물의 출생담과 마찬가지로 비범한 신이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는 권씨가 강증산을 낳을 때 두 선녀로부터 도움을 받았는데, 이상한 향기와 밝은 기운이 7일간 계속 주위를 감돌았다고 하는 것이다.
성장 과정은 비범한 출생과 대조된다. 강증산이 몰락한 양반 집안의 후예로, 남의 집 고공살이를 하면서 살았다는 것은 별도로 전승된 이야기가 섞인 것이다. 강증산은 성장 과정에서 거듭 고난을 겪고, 동학혁명(東學革命)의 참상(慘狀)을 겪으면서 세상을 구할 계책(計策)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강증산은 각성하는데, 그 각성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특별한 사건들을 통해 일정한 계기를 부여받으면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일상에서의 체험을 특별하게 생각하면서, 그에 대한 상상력의 폭을 넓히고 전에 없는 기발한 생각을 전개하면서 각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농악(農樂)이나 무악(巫樂)을 보고 가무(歌舞)에 대한 깨달음을 얻거나, 개고기를 상등인(上等人)이 먹어야 할 음식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강증산은 여러 가지 기이한 행적을 통해 천지공사(天地公事)와 후천 개벽(後天開闢)의 교리(敎理)를 소박하게 세우게 된다.
아울러 「강증산 설화」에서는 강증산과 기이한 도인의 만남을 설정하고, 이 과정에서 신흥 종교(新興宗敎)를 활용하여 사상적 깊이를 확장한다. 최제우(崔濟愚, 1824~1864)의 동학(東學)의 견해를 가져오거나, 김항(金恒, 1826∼1898)의 『정역(正易)』 사상을 이용하면서 한층 더 크고 깊은 후천 개벽의 사상을 설파(說破)함으로써 강증산은 자신의 사상을 한껏 증폭시킨다.
또한 일옥(一玉) 진묵대사(震默大師, 1562∼1633)와 김봉곡(金鳳谷)의 도술 대결담을 가지고 와서 변형시킴으로써 기발하고 별난 상상력을 발휘한다. “진묵이 봉곡에게 참화를 입은 후에 원(寃)을 품고 동양의 도통신을 거느리고 서양에 건너가서 문화 계발(啓發)에 종역(從役)케 하리라.”라고 한 대목은 예로부터 전해지던 설화를 변형한 흔적을 보여준다. 곧 새 시대에 진묵의 원통함을 풀면서 동서양을 화해시킬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하자고 하는 해원(解冤) 상생의 핵심을 드러낸 것이다.
구전설화에서는 강증산이 이적을 행하고 도술을 부리는 존재로 형상화(形象化)된 이야기를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출신지인 손바래기[客望里]나 강증산이 머물렀던 고장의 이야기에서 그는 도술을 사용하고 축지법(縮地法)을 쓰는 이인(異人)으로 종종 묘사된다.
종교 설화에서 중요한 결말은 교조(敎祖)의 죽음이다. 죽음을 어떻게 해명하는가에 따라서 종교적 신앙(信仰)의 본보기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39세의 나이로 죽은 강일순의 죽음을 화천(化天)이라고 하며 신비롭게 형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제(上帝)가 하늘이 되었다고 함으로써, 교조의 죽음을 단순한 죽음으로 수용하지 않고 의미 있는 결말로 재구성하였다.
「강증산 설화」는 전형적인 교조 설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이야기 구성에서 비범한 인물의 일대기를 보여 준다. 신흥 종교를 창시한 교조에 관한 설화이기 때문에 신화적(神話的) 성격을 일부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여러 가지 구비 전승(口碑傳承)의 이야기를 새롭게 계승하여 변형하였으므로 전설적 증거물을 내세우는 종교 전설의 속성도 드러내고 있다.
여러 가지 종교 사상을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복합적인 성격의 인물전설이라 할 수 있으며, 때로는 가까운 거리에서 강증산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점 때문에 일화적 속성도 지닌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연희적인 속성의 가무를 강조하는 동시에 신명풀이에 근거하는 천지공사를 중시하고 새롭게 드러낸 것이다.
「강증산 설화」는 동이계 신화와 중국 신화의 요소를 주체적인 입장에서 선별하여, 설원(雪冤)이 아닌 해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고유한 의미를 산출했다. 해원 설화는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이들의 원한을 풀어 주면서 보은(報恩)의 서사로 나아가게 한다는 데에서 문학 사회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