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반제리유적은 고속국도 제40호선 안성-음성 간 건설공사 문화유적 발굴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조사는 2004년 6월부터 2005년 1월에 걸쳐 중앙문화재연구원(현, 중앙문화유산연구원)에서 실시하였다.
발굴 조사 결과 반제리유적에서는 구석기시대 긁개 1점, 청동기시대 집터 9동, 초기 철기시대 집터 72동, 환호(環壕: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마을을 둘러싼 큰 도랑) 1기, 말뚝 울타리 1개소, 구상유구(溝狀遺構: 도랑처럼 생긴 유구) 7기, 널무덤 3기, 구덩이 유구 10기,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 돌방무덤 14기, 조선시대 널무덤 17기 등이 확인되었다.
조사 지역 북쪽 사면 하단부에서 구석기시대 고토양층(古土壤層)이 확인되었는데, 여기에서 석영제 긁개 1점이 출토되었다.
청동기시대 집터는 평면 형태가 세장방형, 장방형, 말각장방형으로 다양한데, 시기는 출토 유물로 보아 청동기시대 전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유물은 토기가 다수를 차지하는데, 겹아가리에 짧은빗금이 새겨진 가락동식 토기와 여기에 골아가리나 구멍무늬가 더해진 흔암리식 토기가 출토되었다. 이외에 갈돌, 돌화살촉, 가락고동 등이 출토되었다.
초기 철기시대 유구 중 주목되는 것은 환호와 집터의 배치이다. 환호를 중심으로 하여 매봉산 정상부의 평탄면과 사면부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정상부는 비워 두고 가장 평탄한 곳을 중심으로 조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집터가 계획적으로 배치된 취락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 배치 상태는 유적이 고속국도가 지나가는 곳만 조사되었으므로 취락의 전체적인 형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환호와 집터 배치를 고려하면 동쪽의 반대편에도 집터가 배치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환호는 산 정상부를 둘러싼 퇴뫼형인데, 정상부 평탄면에는 자연바위가 솟아 있다. 단면 형태는 U자형이며, 환호 내부에서는 덧띠토기 조각이 출토되었다. 환호 내외부에서 말뚝 울타리 1개소가 확인되었는데, 환호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시설인지는 알 수 없다. 환호 내부 출토 토기가 원형덧띠토기이고, 환호를 파괴하고 조영된 집터에서도 원형덧띠토기가 출토되어 환호가 장기간에 걸쳐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집터는 72동이 확인되었지만, 경사면에 조영된 집터들이 많아 유실된 집터가 많다. 평면 형태는 방형, 말각장방형, 장방형, 타원형 등으로 다양하며, 입지에서 드러나는 차별성도 보이지 않는다. 화덕자리나 기둥구멍, 벽도랑 등 내부 시설도 정형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등 초기 철기시대 원형덧띠토기 출토 집터의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무덤은 초기 철기시대의 일반적인 돌무지나무널무덤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유물은 검은간목긴항아리와 원형덧띠토기가 출토되었다. 이 시기 돌무지나무널무덤에서 출토되는 대표적인 세형동검(細形銅劍) 및 청동 의기류는 출토되지 않았다. 주거지역에서 떨어져서 해발이 낮은 곳의 외곽에 자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의 유구는 앞트기식 돌방무덤 11기와 굴식 돌방무덤 3기가 조사되었다. 앞트기식 돌방무덤 11기 중 삼국시대의 것은 장축 방향이 등고선에 평행하고 입구 반대쪽 단벽에 모줄임을 한 흔적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통일신라시대의 것은 대부분 등고선에 직교하고 모서리를 모두 직각으로 처리하였다.
굴식 돌방무덤은 모두 널길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시상(屍牀)은 모두 한 차례에 걸쳐 조성되어 있다. 돌방무덤의 연대는 대체로 6세기 3~4분기에서 7세기 후반 혹은 8세기 전반에 이른다.
안성반제리유적은 초기 철기시대의 취락 조사 사례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고고학의 현실에서 비교적 대형의 취락으로 볼 수 있어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시기의 유적으로는 강릉방동리유적과 함께 취락의 전반적인 배치 양상을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적이다.
특히 환호 내부에는 아무 시설이 없고, 산의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어 환호의 일반적인 기능인 방어 시설로 볼 수 없고, 의례가 행해진 신성한 공간으로 추정된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에 의하면 집터의 연대가 서기전 6~5세기로 추정되는데, 조사 성과에 의하면 환호나 말뚝 울타리도 큰 시간 차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물의 출토량도 풍부하여 당해 시기의 주거 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