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위칠십오법 ()

불교
개념
설일체유부가 일체법을 다섯 범주로 나누고 다시 각 범주들을 세분하여 75개의 최소 단위로 확립한 분류법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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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오위칠십오법은 설일체유부가 일체법을 다섯 범주로 나누고 다시 각 범주들을 세분하여 75개의 최소 단위로 확립한 분류법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이다. 이것은 단일하고 영원한 인격적 개체를 부정하고 무아를 확립하기 위해 인격과 세계를 구성 요소로 환원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구성 요소 자체는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타 학파의 비판을 받았으며, 대승의 공 사상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의
설일체유부가 일체법을 다섯 범주로 나누고 다시 각 범주들을 세분하여 75개의 최소 단위로 확립한 분류법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
개설

오위칠십오법은 설일체유부가 확립한 일체법의 분류 체계이다.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이하 유부)는 초기 불교 이래의 무아설을 이론화하는 전략으로 인격을 구성하는 요소를 철저하게 세분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들은 오온(色 · 受 · 想 · 行 · 識蘊)을 중심으로 색온과 식온은 그대로 색법과 심법으로, 행온은 마음과 상응하는 행과 상응하지 않는 행으로 나누어서 전자는 수(受), 상(想)을 포함하는 심소법으로, 후자는 따로 독립시켜 심불상응행법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 생성과 소멸의 작용이 없는 것을 무위법으로 분류하였다. 이와 같이 분류된 색법・심법・심소법・심불상응행법・무위법을 오위라 한다. 나아가 색법을 11가지, 심법을 1가지, 심소법을 46가지, 심불상응행법을 14가지, 무위법을 3가지 등 모두 75가지로 세분하였다. 이를 총칭하여 오위칠십오법이라 한다.

내용

유위법과 무위법, 유루법과 무루법의 분류 체계

『구사론』에서는 일체법을 오위칠십오법으로 분류하기에 앞서, 일체법을 인과의 유 · 무에 따라 유위법과 무위법으로, 번뇌의 유 · 무에 따라 유루법과 무루법으로 구분하였다.

유위법과 무위법

① 유위법(saṃskṛta): 유위란 다수의 요소가 함께 작용된 것, 조작된 것을 말한다. 즉 인연 화합으로 드러난 생성과 소멸의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오위칠십오법 중에서 무위법을 제외한 72법을 말한다.

② 무위법(asaṃskṛta): 조작되지 않은 것, 생성과 소멸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난 것을 말한다. 즉 앞의 72법을 제외한 3가지 무위법인 택멸(擇滅), 비택멸(非擇滅), 허공(虛空)을 말한다.

유루법과 무루법

① 유루법(sāsrava-dharma): 번뇌 또는 고(苦)의 누출을 증장시키는 상태나 증장시키는 작용을 하는 법들을 유루(有漏, sāsrava) 또는 유루법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해 번뇌와 유루는 구분된다. 즉 번뇌란 그 자신을 증장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언제나 유루이다. 하지만 유루란 세간이나 출세간의 선법(善法)으로 이끌지 않고, 그대로 두면 번뇌를 증장시키는 작용을 하는 모든 법들을 통칭한다. 예를 들어, 사성제(四聖諦) 가운데 집제(集諦)는 번뇌 그 자체를 말하므로 유루이고, 고제(苦諦)는 번뇌 그 자체는 아니지만 번뇌를 증장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유루이다. 반면에 도제(道諦)는 번뇌를 끊고 선법을 증장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유위법이지만 무루에 해당한다.

② 무루법(anāsrava-dharma): 무루법은 유위법 가운데서 도제, 그리고 세 가지 무위법인 허공, 택멸, 비택멸을 말한다.

오위칠십오법의 구분 체계

색법(色法)

색(rūpa)은 물질 현상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광의와 협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광의의 의미는 오온 가운데 색온을 말하고, 협의의 의미는 안 · 이 · 비 · 설 · 신의 오근(根)과 색 · 성 · 향 · 미 · 촉의 오경(境) 등 십이처 중에서 안근의 대상인 물체만을 말한다. 오위칠십오법에서 색법은 광의의 색인 색온을 세분한 오근과 오경을 가리킨다.

오경 중 색경은 색깔과 모양으로 세분되며, 다시 색깔은 파랑・노랑・빨강・하양의 네 가지, 모양은 길쭉함・짦음・모남・둥긂・볼록・오목・곧바름・기움의 여덟 가지로 나뉜다. 소리는 유의미한 소리와 무의미한 소리, 중생이 낸 소리와 중생이 아닌 자가 낸 소리 등 네 가지를 다시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좋지 않은 소리로 양분해 여덟 가지로 세분된다. 맛은 달고, 시고, 짜고, 맵고, 쓰고, 떫은 맛 등 여섯 가지로 나뉘며, 냄새는 좋은 냄새, 나쁜 냄새, 적당한 냄새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감촉은 사대 원소와 부드러움・거침・무거움・가벼움・한기・배고픔・목마름 등 열한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더해 유부는 색법의 하나로 무표색(無表色, avijñapti-rūpa)을 들고 있다. 무표색은 말 그대로 “드러나지 않은 색”이라는 뜻으로, 무표업(無表業)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유부만의 독특한 용어이자 교의로, ‘드러난 행위 또는 동작’이라는 뜻의 표업(表業)에 상대된다. 무표업은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신체적인 행위와 언어적인 행위의 결과를 말한다. 유부에서의 색법은 모두 물질의 최소 단위인 극미(極微)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무표색만은 극미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공간적 점유성도 지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 특성상 나무가 움직일 때 그림자가 움직이듯이 사대종(四大種)을 원인으로 하기 때문에 색법에 포함시켜 제육 의식의 대상인 '법처(法處)에 포섭되는 색'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心)

마음은 오온 중 식온에 해당하며 대상을 인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마음은 십이처에서는 의처에, 십팔계설에서는 의계(意處)와 안식계부터 의식계의 육식계로 분류되지만, 그 자체는 단일하다. 다만 그 작용하는 상태에 따라 각기 달리 불릴 뿐이다. 곧 안근과 색경이 만나 발생하는 심을 안식이라 하고, 의근과 법처가 만나 발생하는 심을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심소법(心所法)

심소법이란 글자 그대로는 ‘마음에 소유된 법’이라는 뜻으로서, 마음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심리 현상을 가리킨다. 유부는 심리 현상 하나하나도 모두 실체적 존재로 간주한다. 이 심리 현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곧 모든 마음과 결합하여 발생하는 대지법(大地法), 모든 선한 마음과 항상 결합하여 발생하는 열 가지 대선지법(大善地法), 번뇌에 물든 모든 마음과 결합하여 발생하는 여섯 가지 대번뇌지법(大煩惱地法), 모든 불선한 마음과 결합하여 발생하는 두 가지 대불선지법(大不善地法), 번뇌에 물든 일부의 마음과 결합하여 발생하는 열 가지 소번뇌지법(小煩惱地法)이다. 여기에 그 발생의 범위가 일정하지 않은 여덟 가지 부정법(不定法)이 있다.

① 십대지법: 수(受), 상(想), 사(思), 촉(觸), 작의(作意), 욕(欲), 승해(勝解), 염(念), 정(定), 혜(慧).

② 십대선지법: 신(信), 불방일(不放逸), 경안(輕安), 사(捨), 참(慚), 괴(愧), 무탐(無貪), 무진(無瞋), 불해(不害), 근(勤).

③ 육대번뇌지법: 치(癡), 방일(放逸), 해태(懈怠), 불신(不信), 혼침(昏沈), 도거(掉擧).

④ 이대불선지법: 무참(無慚), 무괴(無愧).

⑤ 십소번뇌지법: 분(忿), 부(覆), 간(慳), 질(嫉), 뇌(惱), 해(害), 한(恨), 첨(諂), 광(誑), 교(憍).

⑥ 팔부정지법: 심(尋), 사(伺), 수면(睡眠), 악작(惡作), 탐(貪), 진(瞋), 만(慢), 의(疑).

이상의 46가지 심소는 마음과 반드시 결합하여 발생하지만, 모든 심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욕계의 선심이 발생할 경우, 인식 주체인 심과 더불어 십대지법, 십대선지법, 부정법 중의 심과 사 두 가지 등 최소한 22가지 심소법이 심과 반드시 결합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악작이 추가되면 23가지 심소법이 심과 동시에 발생한다. 욕계의 불선심의 경우는 십대지법, 육대번뇌지법, 이대불선지법, 심, 사 등 20가지 마음이 동시에 발생한다.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마음과 결합하는 심리 현상도 아니고 물질 현상도 아닌 열네 가지 비심리적인 현상을 심불상응행법이라 한다. 여기에는 득(得), 비득(非得), 동분(同分), 무상과(無想果), 무상정(無想定), 멸진정(滅盡定), 명근(命根), 유위 사상[四相: 생(生) · 주(住) · 이(異) · 멸(滅)], 명(名) · 구(句) · 문(文)이 있다.

이 중에서, 우선 득은 자기 자신의 상속 과정에서 아직 얻지 못한 것을 획득하거나 이미 잃어버린 것을 획득하거나 이미 얻은 것을 보존하는 힘이다. 예를 들어, 업을 지은 후 발생한 무표업을 중생과 지속적으로 결합시켜, 내세에 그 과보를 다른 중생이 아니라 바로 그 중생에게 낳게 할 수 있는 힘이 득이다. 비득은 이와 반대다. 이와 같은 업의 인과 관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득 개념은 경량부와 유가행파의 종자 개념에 의해 강하게 비판받는다.

다음으로 동분[衆同分]이란 유정을 유정이게끔 하는 동류상사성(同類相似性)을 말한다. 예컨대 소를 축생이라고 하고 갑돌이를 인간이라고 할 때, 그들은 각각 축생과 인간의 공통된 원인을 갖기 때문에 구별 가능하다고 하는 경우이다.

무상정과 멸진정은 모든 심심소의 흐름을 막아 마음이 없는 선정에 들게 하는 힘이다. 무상과는 무상정의 과보로 태어나는 마음이 없는 천상의 세계를 말한다.

명근은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수명의 길이다.

유위 사상(相)이란 유위법을 특징 짓는 힘이다. 그것은 삼세에 걸쳐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법이 현재에 발생하고 머물며 변이하고 사라지게 하여, 현재에서는 찰나적인 존재로 인식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유부에서는 삼세에 걸쳐 실유하는 법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에서는 찰나설도 성립할 수 있는 이론적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상 심불상응행법은 경량부와 유가행파의 비판에 직면한다. 심불상응행법도 실체적 존재라 주장하는 유부에 대해, 경량부와 유가행파는 그것은 마음의 상태에 대한 명칭일 뿐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무위법

① 택멸(擇滅): 택멸은 해탈 또는 열반의 동의어이다. 택(擇)이란 사제에 대해 하나하나 가려 아는 지혜로서, 이 지혜에 의한 번뇌의 소멸과 불생을 택멸이라 한다. 즉 무루이면서 유위법인 도제에 의해서 무루혜의 간택력을 획득하여, 유루의 현상들로부터 풀려나는 것이다.

② 비택멸(非擇滅): 조건[緣]의 결여로 현재에 발생하지 않고 영원히 미래에 머무는 법을 가리킨다. 유부 교학에 따르면 일체의 존재〔법〕는 과거 · 현재 · 미래의 삼세에 걸쳐 실재하는데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미래의 법이 현재화된다. 반면 그 같은 조건이 결여되면 영원히 미래에 머물게 되는데, 이러한 법들은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에 멸하지도 않으므로 비택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박수를 칠 때 박수를 치는 모습과 박수 소리는 동시에 인식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부 이론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모습은 안식에 의해, 소리는 이식에 의해 인식되지만 두 식이 동시에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식이 발생할 그 찰나에 발생하지 못한 이식은 영원히 발생하지 못한다. 이를 지혜가 아닌 조건의 결여에 의한 소멸 곧 비택멸이라 한다.

③ 허공(虛空): 공간적 점유성이나 장애성을 지니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무애(無礙)를 본질로 하는 공간, 즉 절대 공간을 말한다. 이 절대 공간은 인연의 화합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위법이라고 한다.

의의와 평가

유부의 범우주론적 존재론인 오위칠십오법에서의 법이란,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최소의 구성 요소로서 다른 것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유부가 이와 같이 인격과 세계를 최소 구성 요소로 환원한 것은 초기 불교부터 주장해 온 단일하고 영원한 전체로서의 자아를 부정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유부는 구성 요소 자체는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실체적 세계관은 반실체적 세계관을 주장하는 다른 학파로부터 비판받았다. 대승 사상은 이와 같은 유부의 실체적인 세계관을 비판하면서 성립한 것이다. 또한 공 사상의 영향을 받은 일부는 대승의 또 다른 학파인 유가행파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유부의 오위칠십오법은 이와 같이 초기 불교 이래의 전통적 실재관을 심화하고 대승의 혁신적인 실재관을 탄생하게 하는 배경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유가행파의 오위백법설의 기반이 되었다.

참고문헌

원전

『구사론(俱舍論)』

단행본

櫻部建·上山春平 저, 정호영 역, 『아비달마의 철학』(민족사, 1993)
권오민 역주, 『아비달마구사론』(동국역경원, 2002)
권오민 저, 『아비달마불교』(민족사, 2003)
히라카와 아키라 저, 이호근 역, 『인도불교의 역사(상)』(민족사, 2004)
이종철 역주, 『구사론 - 계품・근품・파아품』(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5)
佐佐木現順 저, 황정일 역, 『불교 시간론』(씨아이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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