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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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입 · 몸으로 짓게 되는 갖가지 생각 · 말 · 행위인 업(業)을 기반으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시켜 현상을 이해하는 불교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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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마음 · 입 · 몸으로 짓게 되는 갖가지 생각 · 말 · 행위인 업(業)을 기반으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시켜 현상을 이해하는 불교교리.
내용

인과는 원인과 결과의 상대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돋아나듯이 과에는 반드시 인이 있게 마련이며, 이 인과사상은 업(業)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업은 사람이 마음과 입과 몸으로 짓게 되는 갖가지 생각과 말과 행위로서, 이 업이 인과 과를 결속시키는 매체로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불교사상에 있어서의 인과는 업인업과(業因業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인과설은 불교의 독창적인 교리가 아니다. 불교 발생 이전의 고대인도의 성전(聖典)에도 이미 착한 행위를 하면 복덕(福德)을 얻고 악한 행위를 하면 악과(惡果)를 얻는다고 하여 인과를 선악과 화복 등의 윤리적인 사항과 연관시켜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불교에서 수용한 뒤 행위의 업으로 인한 인과를 말과 생각에까지 확대시켰고, 그것을 과거·현재·미래로 확산시켜 나갔다.

당시 사회에 팽배하고 있던 바라문계급에 대한 신봉과 그들의 신에 대한 기도의식이 인과마저도 바꿀 수 있다고 보았던 관념을 철두철미하게 거부하고, 원인에 따라서 결과가 나타나게 됨을 강력하게 설파하였다. 인과는 자연의 법칙이며, 종교의 교리에 앞서는 우주의 질서로서, 그 질서는 결코 신에 대한 기도나 제사를 통해서는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현세에 있어서의 인간의 행위나 존재방식은 전생에 베푼 선이나 악업에 의해서 결정되고, 현세의 인간행위가 미래의 화복고락(禍福苦樂)을 좌우한다는 가르침을 낳게 되었다. 곧, 현세의 선악·길흉·화복·고락은 모두가 전세에 저지른 업의 과보이며, 현세에 착한 행위를 한 사람은 선한 세계인 천계(天界)나 사람으로 태어나고, 악한 행위를 한 사람은 죽은 뒤에 지옥이나 아귀(餓鬼)·축생(畜生)으로 태어난다는 불교의 기본철학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편적이고 눈앞의 일에만 집착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 인과를 감지하고 증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불교에서는 끊임없이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교리체계를 발전시켜갔다.

≪구사론 具舍論≫에서는 인을 6인(六因), 연을 4연(四緣), 과를 5과(五果)로 구분하여 인·연·과의 복잡한 관계를 풀어 나갔고, 대승불교에서는 이를 계승하여 보다 복잡한 관계를 전개시켜 갔다. 그리고 과보를 받는 것이 시간적으로 달리 나타난다고 보고 이를 삼보(三報)로 나누어 해석하였다.

즉, 과보는 인을 심어서 곧바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의 환경이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무거운 쪽부터 먼저 실현된다고 보았다. 짓는 그 즉시로 받게 되는 것을 순현보(順現報), 짓는 즉시 받지 않고 그 다음 시기에 받는 순생보(順生報), 받기는 받되 언제 받게 될지가 일정하지 않은 순후보(順後報)로 구분하게 되었다.

이 인과설은 우리 나라에 수용되면서부터 한국인의 기존가치관과 절충, 융합하여 한국적으로 변용되었다. 첫째, 가족윤리의 존중이라는 가치관의 절충·변용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어버이가 저지른 악업의 결과가 아무런 죄도 없는 자손에게 응보가 되어 화를 입히게 되는 것으로 알았다. 또, 조상의 선업은 자손의 복으로 응보되는데, 이는 적선한 집에 반드시 경사가 있고, 착한 행위를 하지 않은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따르고도 남는다고 본 유교문화의 전통적인 관념과 일치하기도 한다.

둘째, 이 인과설은 우리 나라에 있어서 사회구성의 계급적 질서를 잡는 데 절충, 이용, 변용되기도 하였다. 곧, 자신의 신분은 팔자소관이요, 인과의 숙명적인 귀결로 인식시켜 체념을 조장시키는 사상적 역할 또한 대단하였다. 신분이 낮거나 힘이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단명한 사람 등 복의 반대개념에 처하여 있는 사람들을 재빨리 체념시키는 요소로서 이 인과설이 변용된 채 수용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 인과설에는 체념이 뒤따르기 쉽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여 발전을 저해시키고 합리적인 사고를 약화시키는 측면에서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으나, 도덕적·인간적으로 한국인을 성숙시키고 사회적·경제적 갈등에서 인간을 구제시켰다. 그리고 현실을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함으로써 미래에 복된 결과를 지향하는 의식구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셋째, 한국인들은 이 인과설에 의해서 모든 것을 연분(緣分) 또는 인연이라는 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길가에서 소매만 스쳐도 연분’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내가 어떤 사람과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에 얽힌 연분 때문이라고 보았고, 내가 손해를 보거나 횡재를 하거나 벼슬을 하여도 그와 같은 상황들을 모두 인연에 얽힌 연분의 상대적인 연결로 이해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부부간의 결속을 뜻하는 ‘천생연분’이라는 단어를 들 수 있다. 지난 시절에 남편이 아내를 구박하더라도 그것을 연분으로 여겨 감내하고 평생을 살 수 있었던 것도 인습보다는 인과설에 기초를 둔 사고방식에 의해서라고 볼 수 있다.

넷째, 이 인과설이 바탕이 되어 우리의 선조들은 법 없이도 질서를 유지하고 도덕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인과설은 우리 나라 전래동화나 민화·고전소설의 모티브 가운데 가장 잦은 유형이 된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도 많이 나타났다. 이 권선징악은 악업을 지으면 화를 초래하게 되고 선업을 지으면 복을 얻는다는 인과응보에 그 사상적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심청전>에서 심청어미 곽씨부인은 제사를 잘 모시고 가난한 손님도 받들어 모시며, 마음의 화목을 도모하고 가장을 공경하는 등 모든 일에 있어서 선업을 지었고, 그 선업의 과보로서 심청을 얻는다. 그리고 심청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고 인당수에 투신하였지만, 그 착한 효행은 왕비로 환생하게 되는 과보를 얻게 된다.

흥부의 그 풍성한 말년의 복도 착하고 우애가 돈독하였던 보상의 덕이었고, 춘향의 해후와 행복도 정절의 대가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흥부전>에서 놀부가 박을 탈 때마다 당하는 재앙은 모두가 놀부나 놀부의 조상이 저지른 여러 가지 악행의 대가로 묘사되고 있다. 이 밖에도 <장학사전>이나 <백학선전 白鶴扇傳>은 모두가 인과설을 그 바탕으로 삼고 있다.

<장학사전>에서는 첩이 본부인의 어린애를 살해하는 악을 행한다. 그러나 그 악에 대한 대가는 첩이 아기를 낳아 안고 있는데 아기가 별안간 급살병이 들어서 피를 토하고 죽게 된다. 어미의 죄업이 아이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그리고 <최학선전>에서 최국양이 무죄한 사람을 음해한 죄로 결국 벌을 받아 집이 망하고 두 아들까지 죽게 되었으며, 몸이 주륙을 당하는 고통을 받게 된다.

고대소설에서는 전체적인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대목대목마다 이 화복을 인과에 직결시킨 경우가 많다. <숙향전 淑香傳>에서는 전생에 죄 없는 사람을 많이 살해하였기 때문에 현생에 자식이 없다고 하였다. <조생원전 趙生員傳>에서 김소저가 투신자살하였다가 구출되자 “첩은 삼생의 죄가 과하여 조실부모하여…….”라고 한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한국인은 불행이나 행복을 전생에 지은 자기의 악업이나 선업으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보는 인과설을 철저하게 그 생활의 밑바탕으로 삼았던 것이다.

참고문헌

『무량수경(無量壽經)』
『불교학개론』(김동화, 보련각,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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