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

목차
불교
개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긴다는 인연의 이치를 의미하는 불교교리.
목차
정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긴다는 인연의 이치를 의미하는 불교교리.
내용

연기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생기는 상관관계의 원리이다. 연기란 인연의 이치를 말하며 이를 차연성(此緣性:이것에 연유하는 것, 相依性)이라고 하는데, 현상의 상호 의존관계를 가리킨다. 현상은 무상하며 언제나 생멸(生滅),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 변화는 무궤도적(無軌道的)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일정한 움직임을 가지는 것이며, 그 움직임의 법칙을 연기라 한다.

이 법칙은 부처의 출현과는 관계없이 법(法)으로 결정되어 있는 차연성의 것이다. 연기설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이것이 있으면 그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그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기 때문에 그것이 멸한다.”라는 불설(佛說)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말의 뜻은 조건에 의하여 생기는 현상의 법은 그 조건을 없앰으로써 모두 멸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연기와 법은 불교의 근본적인 특징으로서의 법인설(法印說)로부터 연기설이 생긴 것이므로, 연기설은 불교의 근본설이며, 연기를 법 자체라고도 한다. 원시 경전 속에서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든가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나(佛)를 본다.”라고 되어 있는 것이 그것이다.

원시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인도·우리 나라·일본 등의 모든 불교국가에서는 이 연기설을 그 중심사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연기설이 충분히 이해되면 불교 자체가 이해되는 것이다. 연기설이야말로 불교의 중심사상인 동시에 불교가 다른 종교와 철학과는 상위(相違)되는 불교특유의 특징이다.

근대의 우리 나라와 중국 또는 일본의 불교에서는 불교사상이 연기론과 실상론(實相論)의 두 가지 계통으로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연기론이 현상의 시간적 관계를 설하고 실상론이 현상의 공간적인 관계를 설하는 것으로 구별하고 있으나, 실제의 연기설은 현상의 시간과 공간에 걸친 일체의 관계를 설하고, 또 현상의 시간과 공간에 의한 사실관계뿐 아니라 현상들 사이의 이론적인 논리관계까지도 설하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일체의 불교학설은 연기설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연기론으로 되어 있는 것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등의 업감연기론(業感緣起論), 유식법상종(唯識法相宗)의 아뢰야식연기론(阿賴耶識緣起論), 법성종(法性宗)의 여래장연기론(如來藏緣起論) 또는 진여연기론(眞如緣起論), 화엄종(華嚴宗)의 법계연기론(法界緣起論, 無盡緣起論), 진언종(眞言宗)의 육대연기론(六大緣起論) 등이다.

실상론으로는 천태종(天台宗)과 삼론종(三論宗)의 제법실상론(諸法實相論)이 있다. 선종(禪宗)과 염불종(念佛宗) 등도 이 계통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들 연기론과 실상론을 모두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연기론이라 불리고 있지만 화엄종의 무진연기와 진언종의 육대연기에서 볼 수 있듯이, 제법(諸法)의 시간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제법실상으로서의 십여시(十如是)에는 인(因)·연(緣)·과(果)·보(報) 등의 시간관계도 포함되어 있다.

이 점으로 보아 인연론과 실상론으로 엄격히 구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모두가 연기설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연기설은 우주와 인생의 움직임을 시간적·공간적·논리적 관계로서 바르게 고찰하는 것이지만, 불교는 철학이나 과학이 아니라 인생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종교이기 때문에, 우주와 인생의 단순한 객관적인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뇌를 해결해 가기 위하여 필요한 사회와 인생의 움직임을 연기로써 고찰하는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연기에는 일반적 연기(外緣起)와 가치적 연기(內緣起)의 두 가지가 있다. 불교에서 필요한 것은 가치적 연기이지만, 그 기초로서 또는 그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서 일반적 연기가 설해진다. 이 연기설에 근거하면 현재의 존재는 과거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우리의 주위환경 및 그 전체의 과거 역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한 순간은 우리들 자신과 주위의 모든 과거가 포함되고 있고, 현재의 존재는 우리들 자신의 미래를 규정하는 요인인 동시에 우리들 주위에 대하여, 그리고 그 역사 형성에 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교에서 일즉일체(一卽一切)·일체즉일(一切卽一)이라고 하는 것은 이 연기의 원리를 가르친 것이다.

개인은 그대로 일체세계에 통하고 일체세계는 또한 개인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즉, 우주와 인생의 모든 현상은 종적·횡적으로, 적극적·소극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 연기설이다.

참고문헌

『불교학개론』(김동화, 보련각, 1981)
『불타의 세계』(중촌원(中村元), 김영사, 1983)
집필자
오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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