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劫)[kalpa(산스크리트어), kappa(팔리어)]은 겁파(劫波)라고도 한다. 고대 인도 및 불교에서 우주의 시간을 재는 단위로서 일정한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무한한 시간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세계·우주가 개벽한 때부터 다음에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북전 불교(北傳佛敎)의 우주론에 따르면, 세계·우주는 성장[成]·지속[住]·무너짐[壞]·사라짐[空]의 네 단계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이러한 각각의 단계에 해당하는 시간을 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네 개의 겁들이 모이면 대겁(大劫)이 된다.
북전 불교의 『잡아함경(雜阿含經)』과 남전 불교(南傳佛敎)의 『상윳타 니카야(Saṁyutta-Nikāya)』는 두 가지 비유를 들어 겁의 길이를 설명한다. 첫 번째 비유에 따르면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유순(由旬)의 큰 바위를 1백년마다 한번 씩 비단 옷자락으로 닦아서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져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두 번째 비유에 따르면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유순(由旬)이 되는 철로 된 성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백년마다 한 알씩 꺼내어 겨자씨를 모두 다 꺼냈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