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공식적으로 왕의 초상화를 그린 것은 1402년(태종 2)부터 기록이 보이나, 관련 의궤는 남아 있지 않다. 현 왕의 초상화를 그릴 때 외에 진전에 봉안되어 있던 초상화를 보수하거나 새로 모사하여 봉안할 때에도 도감을 설치하고 의궤 기록을 남겼다. 현재 숙종대 2종, 영조대 2종, 헌종대 1종, 고종대 5종 등 총 10종의 영정·어진 의궤가 남아 있다. 이 중 현 국왕의 어진을 그린 과정을 기록한 의궤는 1713년과 1902년 등 2종이며, 나머지 8종은 영희전이나 경기전, 선원전 등에 봉안되어 있던 선왕의 영정을 보수하거나 다시 그릴 때의 기록이다.
현재 영정·어진 관련 의궤는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 국왕의 초상화를 그린 의궤는 2종이다. 왕의 초상화를 그릴 때에는 ‘어진도사도감(御眞圖寫都監)’ 또는 ‘어용도사도감(御容圖寫都監)’을 설치하였다. 1713년 숙종의 어진 도사 과정을 기록한 『어용도사도감의궤』와 1902년 고종황제의 어진과 황태자의 예진을 그린 과정을 기록한 『어진도사도감의궤』 등이 남아 있다. 서울 및 외방 진전에 봉안된 왕의 초상화를 보수하거나 모사하는 과정을 기록한 영정모사도감의궤는 8종이다. 1735년(영조 9) 영희전 세조 영정 모사, 1748년(영조 24) 영희전 4실의 숙종 영정 모사, 1837년(헌종 3) 준원전 태조 영정 모사, 1872년(고종 9) 경기전 및 영희전 태조 영정과 원종 영정 모사, 1899년(광무 3) 선원전 1실 태조 영정 모사, 같은 해 선원전 순조 및 문조 영정 보수, 1901년 선원전의 태조·세조·원종·숙종·영조·순조·문조 영정 모사 등을 기록한 의궤가 전한다. 1901년 선원전 7실의 영정을 대대적으로 모사한 일을 기록한 의궤만 2책이고, 나머지는 모두 1책이다. 1748년, 1838년, 1899년, 1901년의 영정모사도감의궤와 1902년 어진도사도감의궤에는 18~86면의 채색 반차도가 수록되어 있다.
영정·어진 의궤의 내용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초상화를 그리는 일의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조정의 논의 과정을 좇아 가며 전체 상황을 관리하는 도청(都廳)의 사무와 관련된 도청 의궤, 영정·어진의 모사·장황 및 봉안에 필요한 기물을 제작하는 일을 담당하는 일방(一房)의 사무와 관련된 일방 의궤, 도감 사무에 필요한 공간 및 도구 제작을 담당하는 별공작(別工作)의 사무를 기록한 별공작 의궤 등으로 구성된다. 도청 의궤에는 영정모사도감 또는 어진도사도감의 인원 구성을 보여 주는 좌목(座目), 행사 진행 일정인 시일(時日), 국왕의 명령인 전교(傳敎), 신하들이 국왕에게 행사 진행 사항을 보고하는 계사(啓辭), 의례 절차와 관련하여 예조에서 보내온 문서를 모은 예관(禮關), 영정 모사나 봉안 시의 의물 배치와 의례 절차 매뉴얼인 의주(儀註), 도감과 각 실무 관청 간에 영정 모사에 필요한 인원과 물품을 동원하기 위해 주고받은 문서들인 품목(稟目), 이문(移文), 감결(甘結), 영정·어진 제작에 소용된 비용을 정리한 재용(財用), 행사에 참여한 유공자에게 상을 주는 상전(賞典), 의궤 제작 사실을 밝히는 의궤 사목(儀軌事目) 등이 수록되어 있다. 영정·어진을 그릴 화원의 시재와 선발, 영정·어진 제작의 과정, 완성된 영정·어진을 조정 관료들이 살피는 의식, 완성된 영정·어진을 보관하는 장소와 봉안 의식에 대한 논의, 참여자들에 대한 시상과 의궤 제작 등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일방 의궤에는 일방에서 제작하거나 수리하여 공급한 각종 의물들의 도설이 수록되어 있다. 영정을 봉안하는 공간에 소용되는 의물인 당가(唐家), 부룡(浮龍), 오봉병(五峰屛), 용상(龍床), 궤(櫃), 갑(甲), 향로(香爐) 등의 채색 도설들을 볼 수 있다. 영정·어진 반차도는 주로 일방 의궤의 말미에 수록되어 있다.
영정·어진 의궤는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 제작과 봉안의 전 과정을 그림과 문자로 기록해 놓았다는 점에서 기록적 가치가 크다. 의궤에 기록된 화원의 시재와 선발 기록, 영정·어진을 그리는 동안의 보고 사항 등을 통해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를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렸는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영정·어진을 그리고 봉안하는 의례를 상세히 고증하고, 이를 통해 조선시대 국왕 초상화의 정치적·문화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