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竝川)’은 우리말로 ‘아우내’라 한다. 아우내 장터는 충청남도 천안 삼거리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서 장사꾼이나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아우내 장터에는 순대 국밥집이 즐비하게 있었다. 길목에 있는 동네로서 순대 국밥만큼 장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값싸고 맛 좋은 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대는 오래전부터 먹어 온 한국인의 전통음식이다. 최초로 순대가 기록된 옛 조리서는 『음식디미방』(1670)이다. 『음식디미방』(1670)에는 “개고기와 개의 창자로 만든다.”가 나오고, 19세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도야지’ 순대가 나온다.
특히 병천순대가 유명한 이유는 돼지 창자의 공급에 있다. 1960년대에 천안시 병천면에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품 공장이 생긴 후에 아우내 장터에 순대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 병천면 주민들은 햄을 만들고 남은 돼지 내장에 각종 채소와 선지를 넣어서 먹음직스럽게 순대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병천순대는 병천장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순대는 소나 돼지의 내장에 숙주, 우거지, 찹쌀 등과 돼지 선지를 넣어 삶아 먹는 전통 음식이다. 특히 병천순대는 주로 돼지의 창자 중 부드러운 소창을 이용하여 만든다. 깨끗하게 손질한 돼지 소창에 담백함을 더하기 위해서 찹쌀과 들깨를 갈아서 집어넣기도 한다. 그리고 양파, 대파, 양배추 등 각종 채소에 당면과 선지를 함께 넣는다. 병천순대를 만드는 방법은 집집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보편화된 순대와 다른 점은 당면의 양을 줄이거나 아예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선지와 찹쌀의 양을 많이 넣고 마늘, 부추, 생강 등으로 비린내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옛날에는 돼지 소창을 소금으로 깨끗이 씻고, 사람이 직접 도구를 이용하여 잘 다져진 소를 집어넣었는데 요새는 기계를 이용하기도 한다. 순대는 순대 자체로 먹기도 하지만 대개 국밥을 끓여서 냈다. 가게마다 국물을 우려내는 방법은 다양한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생강과 대파를 넣고 사골 국물을 우려내기도 하고 각종 한약재를 섞어서 특별한 향과 맛을 내기도 한다.
병천장 장날에 순대를 팔던 음식점이 한두 곳 생긴 것을 시초로 약 40년 전부터 순대 특화 거리가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장터의 순대 국밥집들은 대부분 10~30여 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한 가게들이다. 대를 이어서 3대째 운영하는 집도 있다. 그 중 유명한 식당은 병천순대의 원조로 알려진 청화집이다. 1960년대 후반까지 장터가 열리는 날에만 국밥을 팔다가 1968년에 처음으로 간판을 걸었다. 이를 시작으로 충남집, 돼지네 등 순대 전문 음식점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