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성은 1937년 함경남도 출생으로, 1951년 부산에서 청구중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3학년 때 국제문고에서 간행한 「원수의 딸」로 만화작가로 데뷔하였다. 당시 극장 영사실 책임자로 근무하던 아버지로 인해 영화를 아무 때나 가서 볼 수 있었다. 손의성은 당시 영화 제목만 보면 내용은 물론 감독, 배우의 이름까지 외우고 다녔을 정도로 누구보다 많은 영화를 알고 있었고, 이는 그의 작품의 원천이 된다.
1963년 만화 「동경 4번지」를 발간하며 큰 호응을 얻고 인기 만화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손의성은 대부분 역동적인 화면 연출과 주인공의 시원한 액션이 쉴 새 없이 등장하는 ‘활극만화’를 주로 제작했다.
1953년 「원수의 딸」, 1962년 「경마왕 흑마」, 「달려라 흑마」, 1963년 「샹하이」, 「동경 4번지」, 1964년 「매국노」, 「운명의 4444」, 「싸우는 소년 낫」, 1965년 「두 소경」, 「찾아온 두 검객」, 1966년 「공수부대」, 「4번지」, 「함정」, 1969년 「민완형사 혁」, 1971년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1972년 「명탐정과 악당들」, 「결사」, 1974년 「복수」, 1976년 「집 없는 하인 황소」, 1977년 「형사와 두 꼬마」, 1980년 「검은 늑대들」, 1981년 「외로운 하인」, 1982년 「야수의 사나이」, 1984년 「한따라 바람따라」, 1988년 「도시의 사냥꾼」, 「4시의 사나이」 등 수많은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외에 출간 연도와 출판사가 불확실한 작품들도 60여 개에 이른다.
활극만화 장르로 스피드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주인공 '혁'의 화려한 칼라의 독특한 의상까지 강렬한 이미지로 독자를 사로잡은 작품이었다. 책 사이즈는 세로 20.0㎝, 가로 14.5㎝이며, 총 페이지 수는 60p, 출판 당시 판매가격은 25원이었다. 한국만화박물관에 소장된 자료는 표지와 책의 외곽이 낡았으나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상태이다.
동경 경시청 형사로 근무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 2세 혁은 동경 뒷골목의 황제 흑사단 두목이라는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20년 전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군의 자금을 지원하던 혁의 아버지는 일본군에 의해 사살당한다. 혁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에서 흑사단의 두목으로 활동하며 7명의 일본군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찾아낸 7명은 훔친 부를 바탕으로 상류층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복수에 성공한 혁은 일본에서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한국에서 자수한 혁은 출소 후 교도관의 소개로 한 회사에 취업하게 되는데 그곳의 정체는 특수 정보원을 양성하는 기관이었다. 혁은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손의성은 당시 유행하던 그림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체를 선보였다. 등장인물의 키를 키우고 눈과 코도 서구식으로 디자인한 독창적인 그림체는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스타일을 적용한 「동경 4번지」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손의성의 전성기를 가져온다.
특히 극장에서 봤던 영화 장면들을 적용한 역동적인 움직임을 살리는 작품 연출은 이 작품이 갖는 큰 특징이다. 영화 같은 움직임 표현을 위해 칸 밖으로 인물을 표현하여 역동적인 움직임 및 인물을 강조하거나, 자동차의 하부를 묘사하여 카메라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하고 의심, 확신, 깨달음 등을 표현함에 있어 인물의 얼굴에서부터 눈동자까지 확대하는 컷을 점층적으로 표현하는 등 당시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역동적인 연출과 서구적이고 모델 같은 그림체는 액션 활극 장르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이후 다양한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모델같은 인물의 디자인, 역동적인 영화적 연출을 적용한 만화 장면 연출, 직선과 곡선으로 표현하는 등장인물의 움직임, 큰 글자로 표현한 의성어 및 의태어 등 만화 기호 등 만화적 연출 및 표현 기법에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다. 남성적이며 정의로운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한 활극 장르의 선구적인 작품으로써 그 의의가 있다. 이후 많은 인기를 얻은 주인공 혁을 활용한 혁 형사 시리즈를 제작하는 등 활극만화의 전성기를 가져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