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모범여죄수 혜림(문정숙)은 어머니의 성묘(省墓) 휴가를 얻어 인천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탔다가 우연히 청년 훈(신성일)과 만나게 된다.
열차에서 우연히 한자리에 앉게 된 두 사람은 인천에 도착한 뒤 함께 공동묘지에 가서 혜림의 모친 무덤에 성묘한다. 그리고 부모도 없이 고아로 자란 훈과 혜림은 서로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며 가까워지게 된다.
두 사람은 각자의 볼일을 위하여 잠시 헤어지고 재회하기로 한다. 혜림은 같은 감방여수의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친구의 남편을 찾아가고, 위조지폐(僞造紙幣) 범인의 한 사람인 훈은 배당금을 받기 위해 공범자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사건이 발각되어 훈은 형사들의 추적을 받는다.
다음날, 훈은 창경원에서 혜림을 만나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가슴에는 뜨거운 애정이 타오른다. 그날 밤 두 사람은 훈의 호텔에서 함께 지내기로 약속한다. 먼저 호텔방에 도착해 기다리는 혜림, 그러나 일당을 찾아 배당금을 받으려던 훈은 또 다시 형사들의 추적을 받고 도망하느라 호텔에 돌아가지 못한다. 기다리던 혜림은 쪽지를 남겨놓고 심야의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떠난다.
간신히 형사들을 따돌리고 호텔에 들렀던 훈은 서울역으로 달려와 열차에 올라타 혜림을 찾아낸다. 절박감과 격정 속에서 재회한 이들은 마침 열차가 사고로 정차하게 되자 철로 근처의 숲속으로 달려가서 격렬한 정사(情事)를 나눈다. 그리고 이들은 대구교도소 앞에 이른다. 훈이는 비로소 혜림이 여죄수임을 알고 근처의 시장에 그녀를 위해 겨울내의를 사러 갔다가 형사대에 체포된다.
그러나 형사들의 이해로 교도소 문 앞에서 만날 수 있게 된 혜림과 훈은 따뜻한 사랑의 눈길을 주고받으며 혜림이 형기를 마치고 나오는 2년 후에 창경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2년 후 출감한 혜림은 창경원에서 훈을 기다린다. 그러나 훈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이만희(李晩熙) 연출의 영화로 1966년에 대양영화사(大洋映畫社)가 제작했다. 여죄수와 청년이 3일 동안 우연히 동행하게 되면서 갖게 되는 관계를 다루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순수한 영상미학(映像美學)으로 절박한 남녀의 애정을 묘사한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만희는 전체적으로 두 인물의 미묘한 심리와 영화적인 시간과 공간을 절묘한 영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처음 30분 동안 대사도 음악도 없이 묘사되는 열차 속에서의 장면, 호텔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혜림과 형사들의 추적을 받는 훈의 감정을 대조적으로 묘사했다. 마지막 열차 속에서의 만남, 교도소 앞에서의 감동적인 이별장면 등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김지헌(金志軒)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도 돋보이고, 서정민(徐廷珉)의 촬영도 뛰어나다. 제17회 베를린영화제 출품을 비롯하여 국내의 여러 영화제에서 작품상 · 감독상 · 여우주연상 · 각본상 · 촬영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