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제2시집 『해변(海邊)의 운문집(韻文集)』(1964)에 수록되어 있다. 첫 시집 『피안감성(彼岸感性)』(1960)에 수록되었던 5편의 시와 당시 몽중작품(夢中作品)을 꿈을 깬 뒤 외워서 쓴 「저녁 강가에서」·「강물은 흐른다 해도」 등이 실려 있는 『해변의 운문집』은, 작자의 어린 시절부터 체험하여왔던 ‘고독’과 ‘영원감(永遠感)’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제5시집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를 간행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너’를 포함한 ‘우리’의 현실적 문제로 시적 관심의 폭을 넓혀가기 이전, 개인의 경험을 시로 형상화한 것이다. 「여름 강가에서」는 이러한 고은의 작품 경향을 두드러지게 나타내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강’이며, 시간적 배경은 ‘밤’이다. 영원한 흐름의 형상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여름밤의 강물을 바라보며 시인은 자신의 느낌을 시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강은 저 홀로 깊어지지 않는다/항상 저 홀로 있으나 누가 그리워하게 한다.”라는 구절처럼 강물은 아무 말 없이 흐르기만 하지만 시의 화자에게는 그리움을 안겨준다.
강물은 다른 나라에서 이 세상으로 밝은 ‘빛’과 아름다운 ‘소리’를 전달하여주는 매개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굽이굽이 흐르는 작은 강물들은 모여서 큰 강물을 이룸으로써,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절대자에게 순종하는 종교적 귀의의 모습을 암시하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 강물이 이렇게 흐르듯이 이 세상 소년의 역사도 그렇게 흐를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假定) 혹은 바람과 같이, 이 세상의 역사는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소년들이 성장하여 활동하는 미래에는 이러한 자연의 이법(理法)대로 인간의 역사도 ‘강’의 아름다움과 ‘밤’의 부유(富裕)를 접할 수 있기를 가정적 상황 속에서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고독한 시의 화자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지닌 강을 바라보며 그 자연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라 하겠다. 시의 리듬에 탄력이 있으며 시인의 간절한 믿음과 소망이 잘 표현되어 있는, 고은의 초기 서정시 중에서 수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