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문집인 『농암집(農巖集)』 원집 권23에 수록되어 있다. 「유송경기」는 6박7일간 개성의 고적을 답사한 여정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해년에 사제(舍弟) 김창흡과 둘째 아버지인 김수흥(金壽興)을 찾아뵐 겸 친구 송광속(宋光涑)과 동행하기로 약속하였다. 산사람 계철(戒哲)·승린(勝璘)·학련(學連)·계준(戒俊)도 따라가기를 원하여 초사일에 경천사에 들어가서 구경한다.
이튿날에는 숭양서원을 배알하고 이어서 만월대를 찾는다. 지나는 길에 귀법사 옛터를 거쳐 화담서원에 이르러 사담(祠潭)을 배알한다. 오관산 아래의 영통사에 들러 고려 때 승려 의천(義天)의 비를 답사하고 상동암에서 잠깐 쉰다.
사흘째에는 태안사를 거쳐 봉암전을 구경하고 범림암에서 쉬었다가 보현암·문수암 두 봉우리 아래에 있는 적조암에서 천마·나월·노적·원적·법조·청량 등의 봉우리를 구경한다.
이어서 문수암·보현암에 오르고 만경대를 지나 나옹화상(懶翁和尙)이 지었다는 적멸담에 들렀다가 대흥사 옛터, 청량담·마담을 들러서 태종대·관음사를 둘러본다. 나흘째에는 박연폭포·운거사·원통사·묘화암을 두루 편력한다.
닷새째에는 서역의 중 지공(指空)이 지었고 고려 공민왕의 영정을 받들고 있다는 화장사를 둘러보고, 정려사에서는 패엽(貝葉 : 인도의 多羅樹의 잎, 즉 불교의 경문)과 전단향(栴檀香 : 자단·백단 등 향나무)에 쓴 범어(산스크리트 어)로 된 책을 구경한다.
엿새째에는 계준·승린·학련과 작별하고 계철과 더불어 적벽을 지나 적성을 거쳐 임진촌에 이르러서 자고는 다음날 계철과 작별한다.
「유송경기」는 추보식(追步式) 노정순(路程順)으로 서술되었다. 묘사가 사실적이어서 눈으로 보듯 정경을 역력하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사찰의 창건자·시대 및 사찰에 보존된 유물·유적의 자상한 고찰은 좋은 사적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