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군은 전주와 남원, 서쪽 호남평야의 만경강 · 동진강 유역과 동쪽의 섬진강 유역, 나아가 남해안과 경남 서부지방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다. 금성리 고분군은 임실역 동남방 구릉 위에 위치한다. 1972년 4월 예비군 호를 파던 중 3기의 돌덧널〔石槨〕이 발견되어 전주시립박물관에서 조사하였다.
3기의 돌덧널은 대략 10m의 간격을 두고 남북 일렬로 자리하며 가장 위쪽으로부터 A · B · C호로 부른다.
A호분은 지면 아래 약 50㎝ 지점에서 돌덧널 상부가 나타났는데 장축이 남동방향이었다. 덧널은 으뜸덧널과 남쪽에 붙어 있는 딸린 덧널〔副槨〕이 있었다. 규모는 으뜸덧널이 길이 280㎝, 너비 72㎝, 깊이 90㎝이고, 딸린 덧널은 으뜸덧널 남벽의 중앙에 설치되어 길이 45㎝, 너비 48㎝, 깊이 70㎝이다.
네 벽은 모두 고르지 않은 잡석으로 쌓았으나 딸린 덧널 전면은 정방형에 가까운 1장의 판상석을 세우고 그 위에 장방형 잡석을 얹었다. 봉분과 뚜껑돌〔蓋石〕은 없고 바닥도 돌을 깔지 않았다. 유물은 딸린 덧널에서 철투겁창〔鐵矛〕 · 마구(馬具) · 낫〔鎌〕 등이, 으뜸덧널에서는 철제칼〔鐵刀〕이 나왔다.
B호분도 지면 아래 40㎝ 지점에서 돌덧널 상부가 노출되었는데 장축이 남동방향이며 형식 · 석재 등이 A호와 같다. 규모는 으뜸덧널이 길이 280㎝, 너비 72㎝, 깊이 70㎝이고, 딸린 덧널은 길이 · 너비 · 깊이가 모두 45㎝이다. 유물은 으뜸덧널 내에서 철투겁창 · 철제칼 등이 발견되었다.
C호분도 비슷한 형태이나 딸린 덧널은 없다. 장축이 남동방향이며, 규모는 길이 260㎝, 너비 98㎝, 깊이 90㎝로 너비가 넓은 편이다.
3기의 돌덧널에서 출토된 유물은 발견자가 섞어버려 그 출토위치 등을 밝히기 어려우나 종합하면 철기류 15점, 토기류 5점이다.
철기류는 철제검〔鐵劍〕 1점, 철제칼 3점, 철투겁창류 3점, 철도끼류 5점, 낫 3점, 철제마구재갈 1점이다. 토기류는 짧은목 둥근바닥단지〔短頸圓底壺〕 1점, 긴목단지〔長頸壺〕 1점, 입큰단지〔廣口壺〕 1점, 굽다리접시〔高杯〕 2점이다.
출토품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검신(劍身)이 S형으로 굽은 사곡검(蛇曲劍)이다. 사곡검은 사행검(蛇行劍) · 곡신검(曲身劍)이라고도 부르는데, 금성리에서 출토된 것은 전체 길이 76㎝, 슴베〔莖〕길이 14㎝로서 2개의 못구멍이 뚫려 있다. 검신은 S자형으로 만곡(彎曲)되어 단면은 렌즈형이고 칼끝은 둥글게 다듬어져 있다.
이러한 사곡검은 일본에서는 오사카(大阪) 시치칸고분(七觀古墳), 효고현(兵庫縣) 가메야마고분(龜山古墳), 나가노현(長野縣) 후네고분(船古墳) 등의 출토 예가 알려져 있으나 한반도의 발견 예는 금성리가 처음이다. 이 중에서 금성리 사곡검과 가장 유사한 것은 후네고분 출토품이다.
이로써 이제까지 사곡검이 일본의 독창적이라는 견해는 수정되고 우리 나라와 일본의 고대문화 전파상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금성리의 유물은 긴목항아리 · 마구재갈 등에 비추어 5세기 후반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곡검은 전기 일본 사곡검의 연대에 비추어 볼 때, 5세기 전반에 이미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고분을 백제계 구덩식돌덧널〔竪穴式石槨〕의 범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뚜껑돌이 있는 돌방〔石室〕과는 다르며 토기의 특성을 볼 때, 가야계 문화의 성격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