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38면. 작자의 제3시집으로 1948년 신학사(新學社)에서 간행하였다.
시집의 체제는 먼저 “세상을 떠나신 아부지에게”라는 헌사가 있고, 1부에 「우일신(又日新)」·「작별(作別)」·「제신의 분노」·「붉은 아가위 열매를」을 비롯한 시 11편, 2부에 「FRAGMENTS」라는 제목으로 47개의 시와 시인에 대한 단상(斷想)이나 경구(警句) 등을 수록하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주로 1948년 초반에 발표한 작품들로, 고발과 분노의 단계를 거친 예언자적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을 메시아사상으로 선택되고 무장된 이스라엘 민족과 같다고 보는 한편, 당시의 혼란상과 영웅 출현의 실패에 대한 분노와 불의를 비교적 길이가 긴 장시로 읊고 있다.
이런 시적 형상화는 미군정과 우익을 중심으로 추진된 단독정부수립이 구체화되면서 나타나는 작가의 현실인식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이전의 시에서 보였던 희망이나 염원보다는 “푸른 하늘보다/더 푸른 잎새보다/더 푸른 청춘(靑春)을/어찌하여/모란 모란 모란도 아닌 것을/모란보다 더 붉은/피로만 적셔야 하며”(「붉은 아가위 열매를」)라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이 당시의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현실문제에 대하여 논평적(論評的) 인식을 담는 한편, 부정적인 성향과 정치적 사설(辭說)과 같은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런 극한적인 상황에서는 종교적인 구원 사상 즉 메시아사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방법밖에는 없게 된다.
그래서 작자는 『구약성서(舊約聖書)』의 「아모스」장을 인용하면서, “비록 허울 벗기운 너희 조국(祖國)일지라도/이스라엘의 처녀(處女)는 다시 일어나리라/이는 다 생산(生産)의 어머니인 소치(所致)라”(「제신의 분노」)는 초월적인 시적 시·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즉 종교적 구원사상에 의존하여 좌절된 민족의 염원과 민족사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