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1907~1989)은 1929년 4월『조선시단』에「상여 한 채」,「단장일수(短章一首)」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그는 오장환, 서정주 등과 ‘시인부락’ 동인 활동을 통해 시작활동을 시작했으며『청시』(1940),『올빼미의 노래』(1983),『한 벌 옷에 바리때 하나』(1990)를 간행하였다.
시집『청시』는 김달진이 고향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유점사(강원도 고산군 서면 금강산에 있었던 삼국시대에 창건된 사찰)에 들어가 승려의 신분으로 ‘시인부락’과 ‘시원’ 등의 동인활동을 하면서 지은 시들을 모은 것이다.
이 시집에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라는 현실 인식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일상을 시화하거나 은거하면서 산책길이나 고요한 밤에 만나는 내면 성찰의 기록이 대부분이다. 이 기록에는 자아의 완성을 치닫기 위해 몸부림치는 갈등이 차분한 어조로 자연 사물을 빌어 슬픔의 정서로 드러난다. 그의 슬픔의 원인을 해독하는 것이 이 시집의 기호가 된다. 시집『청시』의 세계는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세계의 본질에 닿으려는 나르시시즘의 시학을 이루고 있다. 이 시집에는 자아성찰의 상관물로서 ‘눈’, ‘샘물’, ‘우물’, ‘거울’, ‘하늘’ 등의 매개물이 많이 등장한다. 시인이 발견하고자 하는 내면의 성숙과정이 이러한 매개물을 통하여 드러나고 그 속에서 한 마리의 벌레가 된 슬픈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 시집은 사물의 성숙과정을 통해 순간순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완성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면 탐구에 주력하던 시인의 초기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