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18.9㎝, 입지름 5.2㎝, 밑지름 7.3㎝.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8각으로 모깎기한 원통형의 몸체는 위로 갈수록 좁아들어 경사진 어깨를 이루고, 그 위에 나팔(喇叭) 형태의 입술을 가진 좁고 길쭉한 원통형의 목이 달린 통형병이다. 몸체 바닥에는 둥근 다리굽이 있다.
문양은 종속문양(從屬文樣) 없이 모깎기한 몸체 앞뒷면에 청화안료로 큼직하게 화조문(花鳥文)을 그렸는데, 석류나무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독특한 구성이다. 그린 수법도 먼저 윤곽선을 굵게 그린 다음, 내부를 옅게 설채(設彩)하는 구륵법(鉤勒法: 윤곽을 그리고 채색하는 화법)을 사용하여, 이 시기 청화 문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약은 투명하고 광택이 좋은 백자유로 전면에 고르게 시유(施釉)되었으며, 빙렬(氷裂)은 없지만 각이 진 부분에는 유약의 손상이 있다. 굽은 다리굽으로 모래받침 흔적이 남아 있으며, 굽 안바닥에는 시유 전에 가는 음각선으로 새긴 ‘官(관)’자가 있어 주목된다.
모깎기한 통형병의 모양이나 청화문양, ‘官(관)’자 명(銘) 등으로 보아 18세기 후반경 경기도 광주 관요(官窯)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흔치 않은 기형에 회화미(繪畵美)가 일품이어서 이 시기의 대표적인 통형병으로 손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