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율시 2수로, 『뇌계집(㵢溪集)』 권5에 수록되어 있다. 『뇌계집』에는 제목 아래에 ‘효백낙천(效白樂天)’이란 세주(細註)가 있는데, 『동문선』 권10에는 이 세주까지를 제목으로 삼아 「하처난망주효백낙천(何處難忘酒效白樂天)」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백낙천(白樂天)의 시 「하처난망주(何處難忘酒)」 기일(其一)의 “20년 전에 헤어졌던 옛 친구를 삼천리 먼 객지에서 떠도는 나그네 신세로 만나니 어찌 술이 생각나지 않겠는가?”라는 의경(意境)과 기이(其二)의 “노쇠하고 병든 노인이 한 잔의 술이 없이 어찌 가을바람을 맞을 수가 있겠는가?”라는 시의 내용에서 본뜬 것이다.
내용은 제1수에서는 “오랑캐를 막기 20년이 되었는데 국경의 달은 황혼에 나직하고, 푸른 바다는 오랑캐 하늘에 닿았는데 철기(鐵騎)는 항상 국경을 경계하지만 고향 편지는 기러기도 전하지 않으니, 만일 이럴 때에 한 잔 술이 없으면 나그네의 회포는 더욱 망망하리.”라고 읊고 있다.
제2수에서는 “나이 많아 벼슬을 두고 돌아오노라니 상한 기러기는 날개 접기를 생각하고 늙은 말은 굴레를 감당 못한다. 숲 골짜기에는 지나가는 사람 없고 구름 길에는 날아가는 꿈이 있다. 만일 이러한 때에 한 잔 술이 없으면 어떻게 이 해질녘을 보낼 것인가?”라고 읊고 있다.
이 작품의 제1수는 수자리하는 병정이 집의 편지는 아니 오고 바닷가 국경의 황혼에 회포를 푸는 길은 술뿐이라는 것, 제2수는 노령으로 벼슬을 그만둔 노인이 자신을 늙은 말에 비유하여 술 없이 해질녘을 보내기 어렵다는 의취(意趣)를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