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과 습득은 선종화(禪宗畵)의 주제에 걸맞는 괴팍한 성격의 기인(奇人) 선승(禪僧)이다. 이들이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기벽(奇癖)의 일화(逸話)와 파격의 시(詩)들이 알려져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의 괴승 풍간(豐干)의 제자로 전해 온다.
풍간 · 한산 · 습득은 자유분방하고 광적인 기행(奇行)의 무위도인(無爲道人)이었다. 세 사람을 삼은사(三隱士), 세 사람의 시를 삼은시(三隱詩)라 일컬으며, 셋을 함께 등장시킨 그림의 예도 있다. 그리고 한산은 문수보살(文殊菩薩)의 변신으로, 습득은 보현보살(普賢菩薩)의 화신(化身)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한산은 저장성〔浙江省〕 시팽현〔始豊縣〕의 한암(寒巖)에 기거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천태산의 국청사를 내왕하며 살았다고 한다. 특히 세 인물 가운데 한산이 대표격인 시인으로서 세상 풍자가 심하고 인과응보의 내용을 담은 특이한 형태의 시들이 전해 온다. 그의 시는 흥에 겨워 나뭇잎이나 촌가의 벽에 써놓은 것을 모은 것이라 한다.
그의 시집에는 314수가 들어 있으며, 습득의 시 60수, 풍간의 시 6수도 포함되어 있다. 습득은 풍간이 적성(赤城)을 지나다 발견하고 국청사에서 길렀다고 전해 오며, 부엌에서 밥짓는 일을 맡아 하였다. 그리고 한산이 오면 찌꺼기를 모았다가 먹이고는 하였다 한다.
한산과 습득을 그린 선종화는 산발하고 누더기 차림인 두 인물이 파안대소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시권(詩卷)을 펴고 읊조리는 자세의 습득과, 붓을 들고 시권 두루마리나 파초잎에 시를 쓰는 한산을 표현한 예도 있고 빗자루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산습득도는 선종화가 유행하던 중국의 남송시대와 원나라 때에 즐겨 그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려졌으나 현존 작품은 많지 않다. 일본의 동경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유준(劉俊)의 전칭 작품이 고려 말기의 것으로 전해지며, 조선 중기의 김명국(金明國)과 한시각(韓時覺)이 일본에서 그린 습득도, 현대의 이용우(李用雨)가 그린 한산습득도가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