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에서 사용되는 4가지의 법구(法具)를 사물이라 하는데, 종(鐘) · 목어(木魚) · 운판(雲版) · 법고(法鼓)를 말한다. 이 중 운판은 구름 모양의 넓은 청동판으로서, 두드리면 청아한 소리를 낸다. 원래는 재당(齋堂)이나 부엌에 달아 두고 대중에게 끼니때를 알리기 위해 울리는 기구였으나, 현재는 아침과 저녁 예불 때에 치는 의식용구로 사용되고 있다. 사물은 모두 중생 교화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데, 운판이 내는 소리는 허공을 날아다니는 짐승들을 제도하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남해 용문사 운판에는 당좌 둘레에 ‘건륭이십오년경진오월일(乾隆二十五年庚辰五月日)’이라는 명문과 ‘진주백천사(晋州百泉寺)’라는 명문이 점각되어 있고, 배면에는 ‘도광십칠년정유이월일매득(道光十七年丁酉二月日買得)’과 ‘남해용문사(南海竜門寺)’라는 점각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을 통해 원래 1760년(영조 36) 5월에 진주 백천사(百泉寺)에서 제작되었던 것이 이후 1837년(헌종 3)에 남해 용문사로 이안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05년 7월 21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1구의 운판으로 높이는 52.5㎝이다. 일반적인 운판의 형태가 구름 모양을 하는 것과 달리 이 운판은 화염형(火焰形)에 가까운 특이한 형태로 좌우보다 상하가 길다. 앞뒷면 모두 당좌 주변에 돋을새김 문양이 장식되어 있는 양면식 운판이다. 정상부 보주형(寶珠形) 장식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외곽은 화염형으로 처리하였다.
당좌의 상부에는 범자(梵字)를 삽입한 3개의 원권문이 삼각형 구도로 배치되어 있고, 정상부와 좌우에는 운판을 매어달기 위한 구멍이 있는데, 각각 1개씩 모두 3개가 뚫려 있다. 당좌는 이중의 원형 테두리를 둘러 구획하였으며, 내부에는 별다른 조식(彫飾)없이, 테두리를 구획하여 내부에 도식화된 연당초문(蓮唐草文)을 시문하였다. 당좌 주위의 여백 부분에 궐수문과 구불구불한 선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고, 배면의 문양 구성 역시 당좌 테두리 내에 연당초문이 생략되었을 뿐 전면과 동일하다.
이 운판은 화염형(火焰形)에 가까운 특이한 형태로 전체적으로 좌우보다 상하가 길다. 운판 둘레에 제작처 및 시기 등에 관한 명문이 자세히 새겨져 있어 운판의 역사를 잘 알려주고 있다.
용문사 운판은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운판 가운데 제작시기가 비교적 이른 사례에 해당하며, 제작처와 제작시기가 확실하게 밝혀진 자료로서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