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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최욱경
산/최욱경
회화
작품
색채 추상화가 최욱경이 1981년에 제작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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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색채 추상화가 최욱경이 1981년에 제작한 그림.
최욱경의 회화세계

최욱경은 현대적 추상화가이자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미국 유학을 경험한 여성화가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하여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현대미술협회전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대학원 재학 중인 1963년에 미국으로 유학하여 추상표현주의를 학습했다.유학 생활은 19631971년과 19741979년 2차에 걸쳤다.

유학 기간을 통하여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등과 여성작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영향을 받았다. 윌렘 드 쿠닝의 파괴적인 누드, 로버트 마더웰의 서체적 터치, 마크 로스코의 신비로운 색채를 따라하면서, 색채와 형태를 통해 강렬한 내적 감정을 발산하는 추상화의 문법을 학습했다.

초기에는 추상표현주의의 전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파괴적인 붓 터치와 거친 색채를 사용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에는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컴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 이차원 또는 삼차원의 물질을 회화에 도입)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1970년대 후반에 로스웰(Roswell) 기금을 받아 뉴멕시코(New Mexico)에서 작업하면서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알게 되었고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후 최욱경은 자연적 모티프를 추상화하고 여성적 미감을 드러내는 색채의 사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에 내적 여성성의 표현에 눈떴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용

최욱경의 회화적 기반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였지만 한국적 요소들에 대한 관심도 보여주었다. 1970년대 초반 귀국하여 열었던 ‘재료의 실험전’에서는 한국적 소재와 종이를 사용하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또한 1979년 영구 귀국하여 영남대학교에 재직했을 때에는 경상도 지방의 산세와 바다, 섬 등 한국 자연의 곡선과 형태의 미감을 재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경상도 지방의 산들과 그 능선, 거제도 학동 앞바다의 물빛 등은 나로 하여금 생명의 본질을 느끼게 했다”고 언급했다.

「산」에 등장하는 연속되는 구불거리는 곡선은 귀국 후 최욱경이 미적 표현의 대상으로 새롭게 발견한 한국의 산과 섬들의 곡선이다. 그러나 이 연속되는 선들은 대상의 재현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다. 선의 부드럽고 날렵한 흐름은 공간의 리듬과 운동감을 만들어 내며 주조색인 푸른색과 노랑, 주황, 보라의 강렬한 색채 대조는 신비로운 감정적 흥분을 표현한다. 부드럽게 조율된 섬세한 색채들은 화면을 가르는 선들과 어울려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격렬한 내면적 울림을 만든다. 이러한 색과 선의 미감은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에서 보여주는 내밀한 아름다움을 연상시키지만 오키프의 그림에 담긴 섹슈얼리티의 은유는 최욱경의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산」에는 어딘가를 동경하며 꿈꾸는 듯한 황홀한 그리움과 낭만적인 감정이 충만하다.

최욱경의 작품은 1960년대 영향력이 잔존했던 추상표현주의의 흐름을 공유하지만,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미국과 한국의 주류 화단과는 다른 독자적인 세계 속에 있었다. 1970년대의 경우 미국은 미니멀리즘이, 한국에서는 한국적 추상화라고 일컬어지는 ‘단색화’ 양식이 화단을 휩쓸었으며 1980년대로 넘어가면서 리얼리즘과 구상화가 다시 복권되었다. 최욱경은 그러한 흐름과는 거리를 두고 색채와 형태를 통해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추상화의 오래된 명제를 따르면서도 그 구체적인 방법과 기술에 있어서는 특유의 독자적 세계를 형성하였다.

참고문헌

『낯설은 얼굴들처럼』(최욱경, 열린책들, 1989)
「최욱경의 작품세계」(김영나, 『20세기의 한국미술』, 예경,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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