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30.5㎝, 가로 231.8㎝.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신들을 그린 그림인 신중도(神衆圖)이다. 화기를 통해 1882년(고종 19)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호은(虎隱) 문성(文性)이 증명(證明)을 담당하였다. 전반적으로는 화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수호하는 호법신(護法神)을 그린 신중도는 조선 후기에 가장 많이 제작되었던 불화이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조선시대 신중도는 18세기부터 20세기 전반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 신중도는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과 같은 주불전 또는 보살이나 나한을 모신 부속 전각에 봉안된다.
이 작품은 대웅전의 우측 벽면에 봉안되어 있는 불화로서, 1882년에 수화승 수룡당 기전(繡龍堂 琪銓)이 대웅전의 석가영산회상도, 삼장보살도와 함께 제작한 신중도이다.
화면 상단에 녹색 원형 두광과 타원형의 신광을 갖춘 대자재천을 중심으로 좌우측에 범천과 제석천 등 천부상 3위가 배치되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일월천자와 천녀 · 천동 등의 천부중이 에워싸고, 그 아래쪽으로 갑옷과 무기를 갖춘 무려 33위에 이르는 신장상들이 일체의 여백 없이 4단으로 열을 지워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다. 오로지 화면 상단에 장식된 구름 사이로 천공이 약간 드러날 뿐이다.
대자재천은 삼안팔비(三眼八臂)를 갖춘 모습으로, 그 중 두 팔은 정면을 향해 가슴 앞에서 합장하고, 두 팔은 어깨 위로 올려 왼손에 금강령을, 오른손에 경권을 각각 쥐고 있다. 아래로 늘어뜨린 나머지 팔은 도상에 가려 보이지 않으나, 두 팔은 안으로 오므린 반면 다른 두 팔은 벌린 것을 알 수 있다. 대자재천의 양측에 위치한 범천과 제석천은 신체를 약간 틀어 각각 본존을 향해 합장한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채색은 차분한 붉은색과 녹색이 주조색이고, 그 외 신체와 내의에 백색, 광배와 착의 및 관모 장식에 강렬한 청색이 부분적으로 활용되었다. 1882년 같은 시기에 제작된 대웅전의 영산회상도, 삼장보살도와 마찬가지로 수화승 수룡당 기전의 설채법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인물 표정 못지않게 농담있는 바림법과 털 묘사가 세밀한 것도 범어사 기전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신체 표현에 있어 상단의 중심 인물과 권속들은 백색으로 칠한 반면, 33위에 달하는 신장상들은 붉은색 혹은 황색을 곁들인 피부색으로 묘사하여 위계를 구분하였다.
이 불화의 제작자인 수룡당 기전은 19세기 후반 부산 · 경상남도 지역에서 활약한 불화승으로, 1863년부터 19세기 말까지 약 30년간 30점 이상의 불화 제작에 관여하였다. 특히 이 불화는 19세기 후반 기전의 화풍을 살펴볼 수 있고, 부산 · 경상남도 지역의 불교회화와 불화승의 계보를 밝힐 수 있는 주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