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의겸(義謙)과 긍척(亘陟)의 전라도 불화 전통을 복찬(福粲)과 쾌윤(快允)에게 전해주었다. 1751년 선암사 아미타불도에서 처음 이름이 나타나며 1759년 흥국사 괘불도부터 수화승으로 참여하였다. 1783년 만연사 괘불도가 마지막 작품이다.
비현은 여수 흥국사 괘불도(1759), 고흥 금탑사 괘불도((1778), 화순 만연사 괘불(1783년)도 등 세 점의 괘불도를 그렸다. 이 괘불도들은 비현이 의겸의 화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불화를 완성하였음을 보여 준다. 두 보살의 무릎 위 천의의 흰색 바탕에 청색을 사용해 사군자를 그린 점은 비현이 그린 괘불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성중들은 네모난 얼굴에 가운데로 몰린 눈·코·입과 작은 입을 가졌으며 채색은 백색과 옥색과 밝은 녹색을 사용하였다.
한편 비현이 그린 선암사 팔상전 화엄경변상도(1780년)는 송광사 화엄경변상도(1770년)와 쌍계사 화엄경변상도(1790년)와 같은 초본에 의거해 그린 것으로 18세기 후반 전라도에서 유행한 화엄경변상도의 상황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