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鄭敾)이 인왕산 서쪽 기슭에 있던 늠연사(凜然詞)를 중심으로 태고정(太古亭), 청풍지각(靑風池閣) 등을 청풍계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묘사한 그림이다. 늠연사는 1637년(인조 15)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상용(金尙容)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김상용의 충절을 기리면서 18세기 한양 문사들의 은일과 탈속의 장소로 애호했던 인왕산 청풍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정선 특유의 강하고 빠른 필묵과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부감법(俯瞰法)으로 표현하였다.
정선은 청풍계 그림을 여러 폭 그렸는데, 청풍계의 늘어선 암반들을 배경으로 늠연사, 청풍지각, 태고정, 삼지(三池) 등을 배치한 세로로 긴 축 형식의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본(1730년경 작)과 간송미술관 소장본(1739년 작)이 있고, 늠연사, 삼지와 태고정 등 청풍계 유거지 장면을 강조하여 묘사한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본 등이 있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의 「청풍계지각」 역시 청풍계 암벽들을 중첩시키기보다 청풍계 유거지 장면을 강조한 그림이다.
「청풍계지각」은 화면 오른쪽에 "淸風溪池閣(청풍계지각)"이라는 제목과 "謙齋(겸재)"라는 호가 쓰여 있다. 청풍계 아래 늠연사를 중심으로 왼쪽 아래에 태고정이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팔작지붕의 청풍지각이 보인다. 태고정 왼쪽으로 보이는 소나무로 우거진 산언덕이 만송강(萬松岡)이며 늠연사의 앞이 조심지(照心池)이다. 그리고 태고정의 옆 부분이 함벽지(涵碧池), 태고정의 앞이 척금지(滌衿池)이다. 다른 청풍계 그림에 비해 태고정이 작게 그려지고 대신 청풍지각이 완전하게 재현되어 있어 청풍계의 풍경 가운데 청풍지각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정선의 청풍계 그림 중에서 청풍지각을 중심으로 그린 유일한 작품으로, 맑은 청록의 수림을 깊이 있고 힘차게 구사해 정선 특유의 진경산수화법을 확고하고 수준 높게 정립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4월 10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