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영가집(禪宗永嘉集)』은 당나라 현각(玄覺, 665~713)이 남긴 글을 당나라 위정(魏靜)이 편찬하고 서(序)를 쓴 것에 송나라 행정(行靖)이 주(註)를 달고 송나라 정원(淨源)이 문단을 나누고 소제목들을 붙여 간행한 책이다. 교(敎)와 선(禪)의 종합을 모색하며 불교의 핵심 사상을 모두 설명하고 있어 ‘불교 교과서’로 불릴 만한 책이다.
현각의 성은 대(戴), 이름은 명도(明道)이며, 온주(溫州) 지방 영가현(永嘉縣) 사람이어서 영가(永嘉)라고 불린다. 8살에 출가하여 경전을 두루 읽었고, 특히 천태 지관(止觀)의 원묘법문(圓妙法文)에 뛰어났으며, 『 유마경(維摩經)』을 읽고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30세에 선종의 제6조 혜능(慧能, 638~713)을 찾아가 법거량(法擧量)을 하였으며, 하룻밤 쉬어갔다고 일숙각(一宿覺)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2권 1책의 목판본이다. 광곽(匡郭)은 사주단변(四周單邊)이며, 행자수(行字數)는 9행 20자이고, 계선(界線)이 없는 무계(無界)이다.
『선종영가집』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고려 말 나옹(懶翁) 혜근(慧勤, 1320~1376) 때이며, 1381년(우왕 7) 충주 청룡사(靑龍寺)에서 목판으로 처음 간행되었다고 추정된다. 그 후 1472년(성종 3) 청룡사판에 김수온(金守溫)의 발문을 덧붙여 200부가 간행되었다.
범어사 소장 『선종영가집』은 목판본으로 권말(卷末)의 간기(刊記)에 “가정21년 윤오월일 토산지 학봉산 석두사 개판(嘉靖二十一年閏午月月日兔山地鶴峯山石頭寺開板)”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1542년(중종 37)에 황해도 황주목(黃州牧) 토산현(兔山縣)의 학봉산(鶴峯山) 석두사(石頭寺)에서 목판에 판각하여 인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선종영가집』은 중국에서 불교가 천태종(天台宗), 화엄종(華嚴宗), 선종(禪宗) 등 다양한 종파로 분열되면서 크게는 교(敎)와 선(禪)으로 양분되기 시작할 무렵 현각이 불교의 으뜸 종지 하나를 잡아 천태와 선, 교와 선의 종합을 진지하게 모색한 책이다.
『선종영가집』은 6조 혜능의 법제자인 현각이 후인을 위하여 남긴 법문으로서 10편의 글을 위정이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 구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도를 사모함. ② 교만 사치를 없앰. ③ 신구의(身口意) 3업(業)을 맑게 함. ④ 삼매를 닦음: 사마타 ⑤ 지혜를 닦음: 비파사나 ⑥ 중도에 머묾: 우필차 ⑦ 삼승점차(三乘漸次) ⑧ 이사불이(理事不二) ⑨ 친구에게 권고 ⑩ 대중에게 발원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의 도서인 『선종영가집』은 목판본으로 하나는 1542년(중종 37)에 간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525년(중종 20)에 만든 판본을 후대에 간행한 것이다. 임진왜란 이전의 것으로 불교 관련 목판 간행물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11월 19일에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