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법산서(新法算書)』, 일명 『서양신법역서(西洋新法曆書)』의 『오위역지(五緯曆指)』 부분은 오행성(五行星)의 운동과 그 계산법을 수록한 것이다. 『오위역지』의 권1 첫머리에는 「주천각요서차(周天各曜序次)」라는 항목이 있다. 이는 하늘을 운행하는 각 천체(天體)의 배열 순서를 설명한 것인데, 여기에 두 가지의 그림이 제시되어 있다. 하나가 「칠정서차고도(七政序次古圖)」이고, 다른 하나가 「칠정서차신도(七政序次新圖)」이다. 이는 태양계의 행성 구조론을 예시한 것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는 종래의 우주 구조론인 프톨레마이오스-아리스토텔레스 모델이었고, 후자는 새로운 우주 구조론인 브라헤(Tycho Brahe)의 행성 구조론이었다.
『서양신법역서』에 기반한 시헌력(時憲曆) 체계의 개정 과정에서 『역상고성(曆象考成)』이 제작되었다. 『역상고성』 상편(上編) 권9의 「오성역리(五星曆理)」에는 ‘오성본천개이지위심(五星本天皆以地爲心)’이라는 항목이 수록되어 있다. “오행성의 본천(本天)은 모두 지구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도 『오위역지』의 그것과 같은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그림의 제목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내용을 보면 「오성고도(五星古圖)」와 「오성신도(五星新圖)」임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였던 천문도인 「혼천전도(渾天全圖)」에도 같은 그림이 「칠정고도(七政古圖)」와 「칠정신도(七政新圖)」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 설명문은 『역상고성』의 내용을 그대로 전제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칠정고도」는 오성(五星)은 각각 본천이 있으며, 이 각각의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重重包裏]을 띠고 있다. 그 가운데 토성 · 목성 · 화성은 항상 태양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상삼성(上三星)’이라 하고, 금성과 수성은 항상 태양의 아래에 있기 때문에 ‘하이성(下二星)’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행성 구조가 당시의 관측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성 가운데 토성과 목성은 항상 태양보다 위에 있었지만, 화성 · 금성 · 수성 세 행성의 경우에는 태양보다 위에 있을 때도 있지만 태양의 아래에 있을 때도 확인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른바 지구를 중심으로 오행성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는 학설[重重包裏之說]”은 다만 그 대강[大槪]만을 얻었을 뿐이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칠정고도」가 「칠정신도」의 정밀함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