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손전(楊己孫傳)
조선국에 양기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무과 출신으로 첨정 벼슬을 하고, 집안이 유복하였다. 그는 현숙한 아내 이씨를 두고도 채란이라는 예쁜 기생을 첩으로 삼아 총애하며, 이부인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 하루는 양첨정이 채란을 데리고 봄놀이를 나갔다가 오랜만에 본집으로 가보니, 서른살이 넘었어도 혼례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아들이 나와 맞이한다. 집은 다 쓰러져가고, 방안의 자리도 다 헐었으며, 창문도 다 떨어져 나가 차마 볼 수 없었다. 노처녀로 있는 딸은 옷이 해어져 살이 나오고, 누더기옷을 입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는 때가 끼어 차마 볼 수 없었으며 안질이 생겨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양첨정이 하도 심란하여 말을 못하고 앉아 있는데, 이부인이 과년한 아들과 딸의 혼사를 어찌하느냐고 걱정을 한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