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점 ()

민속·인류
개념
정초에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알아보려고 치는 점술. 농사점.
이칭
이칭
농사점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농점은 정초에 한 해의 농사의 풍흉을 알아보려고 치는 점술이다. 농사점 또는 농가점이라고도 한다. 농경민족으로 풍년을 기원하고 그 결과를 미리 알고 싶은 심리에서 농점이 발달하였다. 농점에 관해서는 『열양세시기』·『동국세시기』 등에 기록이 남아 있다. 농점의 방법은 유형별로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해·달·비·바람 등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나 나무그림자점 등 인위적으로 징험하는 방법이 있다. 또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 승부로 점치는 방법, 동식물에 의한 방법도 있다. 설날, 입춘 등 세시에 따라 풍흉의 징조를 점치는 방법도 발달하였다.

정의
정초에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알아보려고 치는 점술. 농사점.
개설

‘농사점(農事占)’ 또는 ‘농가점(農家占)’이라고도 한다. 농경민족이었던 우리 민족은 항시 생활의 안정과 농곡(農穀)의 풍양(豐穰)을 하늘에 빌었다. 풍양을 기원하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미리 결과를 알고 싶어하였고, 이러한 심리에서 연초에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농점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농점에 관한 초기 기록으로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 예조(濊條)에 우리 민족이 별자리를 보고 점친 습속이 보인다. 즉, “새벽에 별자리를 보고 그 해에 풍년이 들 것을 미리 알았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같은 책 부여조(夫餘條)에는 “군사(軍事)가 있을 때에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소를 잡아 그 발굽을 보고 길흉을 점쳤다.”라고 되어 있어 이른 시기에 동물에 의한 점세법이 있었음도 알 수 있다.

이 밖에 근세에 들어 『열양세시기』 · 『동국세시기』 · 『한양세시기』 등 몇몇 세시기에 농점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유형

농점의 방법을 그 유형별로 나누어보면 자연현상에 의한 것, 동식물에 의한 것, 민속놀이에 의한 것, 인위적인 것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연현상에 의한 점법

천체나 기상의 변화를 관찰하여 한 해의 풍흉을 점치는 형태로, 달점〔月占〕 · 좀생이〔昴星, 參星〕보기 · 우물점 · 용의 밭갈이 · 일기점 등이 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상원날 달을 보아 수한(水旱)을 안다 하니……”라고 한 것처럼 상원날에 달을 보아 그 해의 풍흉을 점쳤다. 이 날 달맞이를 하는데 달을 제일 먼저 보면 길하다고 하여 서로 먼저 달을 보려는 속신이 있을 뿐 아니라, 이 때 달의 빛깔 및 윤곽과 사방의 후박(厚薄), 달이 뜰 때의 형체 · 대소 · 용부(湧浮 : 출렁거림) · 고저 등으로 점을 쳤다. 달빛이 붉으면 가물 징조이고 희면 장마가 있을 징조이며, 또한 달의 사방이 두터우면 풍년이 들 징조이고 엷으면 흉년이 들 징조이며, 조금도 차이가 없으면 평년이 될 징조라고 해석하였다.

별점으로는 ‘좀생이보기’가 있다. 음력 2월 초엿샛날 저녁에 좀생이를 보아 이것이 달보다 앞서 있으면 풍년이 들고 그와 반대로 뒤에 멀리 떨어져 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또한 좀생이의 빛깔로도 점을 쳤다. 강원도에서는 동네 샘물의 물빛으로 풍흉을 점치는데, 물빛이 조금 뿌옇거나 붉은 색이면 흉년이 들고, 색깔이 맑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용경(龍耕)’, 곧 용의 밭갈이는 겨울에 못의 얼음이 갈라지는 형상으로 그 해 농작의 풍흉을 짐작하는 점법으로, 『태종실록』(태종 8년 戊子正月 丙子)과 『신증동국여지승람』(권43 延安都護府 山川條 臥龍池) · 『동국세시기』 등에도 그 기록이 보인다. 얼음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즉 세로로 갈라져 있으면 풍년이 들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로 갈라져 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 습속은 못에 살고 있는 신룡(神龍)이 밭갈이를 하는 것이라고 믿어 ‘용의 밭갈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기점’은 구름 · 안개 · 비 · 우박 · 번개 등 날씨에 의하여 장차에 있을 수확의 성장, 한발 · 재앙 · 질병 등을 예측하는 점법으로 농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곧 ‘설날 안개가 끼면 악역(惡疫)이 전염할 징조이다.’, ‘정월 보름날 구름이 끼면 벼농사에 해롭다.’, ‘백로날 전후에 바람이 불면 다 된 농사도 허사가 된다.’, ‘처서날 비가 오면 독 안의 곡식도 준다.’는 말은 오랫동안 농가의 견문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농언(農諺), 곧 농사에 관한 속담이자 점언(占言)인 것이다.

농가에 널리 전파되어 애송되고 있는 칠언절구식 「십이월절후풍염가(十二月節候豐稔歌)」는 절후에 따른 영농법과 농사점을 노래한 속담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농점의 대부분은 날씨와 자연현상에 대한 선험적 지식을 통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슬기롭게 점을 쳤다.

동식물에 의한 점법

동물의 행위나 식물의 성장 등을 관찰하여 풍흉을 점치는 형태로, 소점〔牛占〕 · 새점〔鳥占〕 · 닭울음점〔鷄鳴占〕 · 용알뜨기〔撈龍卵〕 · 보리뿌리점〔麥根占〕 등이 있다.

‘소점’은 정월 보름 전후에 소 앞에 곡식이나 음식을 놓고 어느 것을 먼저 먹느냐에 따라 그 해의 풍흉을 점치는 것으로, 충청도 · 전라도 · 경상도 등 삼남지방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경상북도 경산시 자인 지방에서는 대보름 전날 소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소가 밥부터 먹으면 풍년, 나물부터 먹으면 흉년이라고 점친다.

‘새점’은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의 중남부, 일본 등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점법이거니와, 우리나라의 경우 많지는 않으나 새쫓기를 통하여 풍농을 기원하는 모방주술적 행위가 보인다. 『동국세시기』 상원조에 “관동 산간지방 풍속에 여러 아이들이 일제히 온갖 새의 이름을 부르면서 쫓는 시늉을 한다. 이 또한 풍년들기를 기원하는 뜻이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전라도에서는 상원날 이른 아침에 오곡밥을 지어 지붕에 얹어두고 까치가 먼저 먹으면 풍년, 까마귀가 먼저 먹으면 흉년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닭울음점’은 설날 또는 대보름날 꼭두새벽에 첫닭이 우는 것을 기다려 그 우는 횟수를 세어 농점을 치는 것으로, 열 번 이상 울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용알뜨기’는 정월 첫 용날이나 보름 전날 밤 닭이 울 때를 기다려 집집마다 바가지를 가지고 우물에 가서 서로 다투어 정화수를 떠오는데, 이를 ‘용알뜬다’ 또는 ‘용알줍는다’고 한다. 맨 먼저 긷는 사람이 그 해 농사를 제일 잘 짓는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용을 비와 물을 다루는 영물로 보고 있다. 책력에 의하면, 해에 따라서 삼룡치수(三龍治水) · 오룡치수 · 칠룡치수 · 십일룡치수 등으로 다르게 나타나거니와 그 해 용의 수를 보고 그 해 비가 많이 올는지 적게 올는지를 점쳐 알게 된다. 이것은 정월에 첫 진일(辰日)이 어느 날에 드느냐에 따라 그 해 용의 수가 결정되는 것인데, 치수를 하는 용의 수가 적당해야(3, 4마리) 그 해에는 비가 알맞게 와서 농사가 잘 되며, 용의 수가 아주 적거나 많으면 가물어서 흉작이 된다고 한다.

이는 용의 수가 아주 적으면 방심하거나 제멋대로 하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잘 화합할 수가 없고 서로 미루어서 비를 내리지 않는다고 믿는 속신에서 온 것이다. 이러한 점법은 소 · 까치 · 닭 · 용 등의 동물을 신성시하고 영물시한 데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12지(十二支) 중에서 몸에 털이 있는 짐승이 어느 날에 드는가에 따라 농사를 점치기도 한다. 세초에 털 있는 짐승날〔有毛日〕이 들면 목화가 잘 된다고 한다. 식물점으로는 ‘보리뿌리점’이 있다. 농가에서는 입춘날에 묵은 보리뿌리를 캐어 그 해의 풍흉을 점치는데, 보리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두 가닥이면 평년이며,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겨울 동안 날씨가 따뜻하여 보리가 잘 자랐으면 뿌리가 많아 잘 성장할 징조이고 풍작을 이룰 것이지만, 한해 · 한발이 심하거나 비료가 모자라면 잘 자라지 않아 흉년이 들 것이므로, 이 보리뿌리점은 현실성이 있는 것으로 오늘날도 농가에서 행해지고 있다.

민속놀이에 의한 점법

민속놀이의 승패에 의하여 한 해 풍흉을 점치는 형태로, 줄다리기 · 고싸움놀이 · 차전(車戰)놀이 · 석전(石戰) · 횃불싸움〔炬火戱〕 · 쥐불놀이 · 달집태우기 · 윷놀이 등이 있다.

주로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지는 ‘줄다리기’는 마을과 마을끼리, 또는 한 군(郡)이 동서 혹은 남북으로 편을 갈라 승부를 겨루는데, 이긴 편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 동네에 따라서 암줄과 수줄의 대결, 곧 여자와 남자로 패를 갈라 줄다리기를 하는데, 여자 쪽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으며 대개 여자 쪽이 이기도록 되어 있다. 줄다리기는 농경의식의 일종으로 농경사회에서는 널리 전파되어 있고, 농경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대개 줄다리기를 하여 풍흉을 점복하였다.

전라남도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고싸움놀이’도 줄다리기와 같은 유형에 속하는 놀이로,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진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대촌면 칠곡리의 옻돌마을에서는 칠곡리의 웃대미〔上漆谷〕를 수〔雄〕로 보고 아랫대미〔下漆谷〕를 암〔雌〕으로 보아 ‘암’인 아랫대미가 승리하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춘천과 가평 지방에는 ‘차전놀이’가 있어 그 승패 여하에 따라 풍흉이 판가름된다. 외바퀴수레〔獨輪車〕싸움인 차전놀이는 춘천의 서낭신인 신숭겸(申崇謙)을 추모하는 모의전쟁놀이로, 서낭신의 뜻에 의하여 놀이의 승부가 결정된다는 점복적 판단이 깃들여 있다. 한편 현재 안동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차전놀이(동채싸움)도 과거에는 이러한 점세적 기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석전’ 또한 그 승부에 의하여 한 해의 풍흉을 점치는 관행이 있었다. 『동국세시기』에는 변전(邊戰)이라 하여 삼문(三門) 밖과 아현(阿峴)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편싸움을 하였는데, 속전에 삼문 밖 쪽이 이기면 경기도에 풍년이 들고, 아현 쪽이 이기면 다른 도에 풍년이 든다고 기록되어 있다.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지는 불놀이에 의한 점농법으로 횃불싸움 · 쥐불놀이 · 달집태우기가 있다. 충청도와 강원도지방에서는 ‘횃불싸움’의 승패로 풍흉을 점쳤다. ‘쥐불놀이’는 동네 경계의 둑이나 논밭 둑의 마른풀에 불을 놓아 먼저 끄기를 다투는 놀이인데, 이긴 동네의 쥐가 진 동네로 몰려간다는 속신이 있다. ‘달집태우기(달집사르기)’는 풍년을 기원하고 액을 쫓아버리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화세(火勢)로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동래와 달성지방의 경우는 달집이 타서 기울어지는 화세로 풍흉을 점친다. 생솔가지와 짚단, 그 밖에 헌 동정, 옷섶, 댕기나 연 등을 쌓아놓은 달집이 잘 타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또 달집이 타서 쓰러지는 쪽의 고장은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횃불싸움 · 쥐불놀이 · 달집태우기 등과 같은 상원의 희화행사(戱火行事)는 우리 선민들의 배화(拜火) 내지 숭화사상(崇火思想)을 나타내며, 신성한 불을 통한 점세적 관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 정초나 상원에 ‘윷놀이’의 승부로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이 수답(水畓)과 봉답(奉畓)으로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는데, 이기는 쪽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와 같이 민속놀이에 의한 농점은 시기적으로 주로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지며, 이 놀이는 양쪽으로 패를 갈라 승부를 겨루는 집단적인 것으로 이기는 쪽이 풍년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것은 새해의 첫 만월이 상징하는 생명력이나 생산력, 풍요성과 함께 민속놀이가 놀이로서 끝나지 않고 나아가서 연사(年事)의 전조(前兆)로 해석되는 천정적(天定的)이고 신시적(神示的)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즉, 놀이의 승부가 인간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 의해 결정되며, 그 결정은 바로 풍흉을 예조(豫兆)한다는 점복적 판단이 깃들여 있는 것이다.

인위적 점법

어떤 도구나 기구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자연현상을 조사하거나 실험하여 풍흉을 점치는 형태로, 나무그림자점〔木影占〕 · 사발재점〔盂灰占〕 · 달불음〔月滋〕 · 집불음〔戶滋〕 등이 이에 속한다.

‘나무그림자점’은 대보름날 농가에서 뜰 가운데 한 자가 되는 나무를 세워놓고 자정 때가 되어 달빛이 그 나무에 비치면 그 그림자의 길이를 보아 그 해 풍흉을 점친다. 그림자의 길이가 여덟 치면 대풍이 들고, 세 치면 곡식이 여물지 않는다고 한다.

‘사발재점’은 대보름날 저녁에 농가에서 사발에다 재를 담고 그 위에 여러 가지 곡식 씨를 놓은 다음, 그것을 지붕 위에 얹어놓았다가 다음날 새벽에 저절로 떨어진 곡식 종자를 보아 그 해에 그 곡식이 풍년들 것임을 예측하는 농점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절구,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함경남도 삼수(三水)와 평안북도 영변에서는 상원 전날 밤에 볏단이나 다른 곡물다발을 태운 잿가루를 미리 씻어둔 키 속에 펴서 지붕 위에 놓아둔다. 이튿날 아침 그 재 위에 쌀이 있으면 쌀 풍년, 피가 있으면 피 풍년이라고 한다. 또 전라남도 함평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에 절구에 멍석을 덮어두었다가 설날 아침에 열어보아 쌀이 있으면 풍년, 조가 있으면 흉년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중국 길림성 연변지역 조선족의 민속조사자료에 의하면, 정월 보름날 체에 곡식을 쳐서 지붕에 올려놓았다가 이튿날 아침에 체를 내려 다시 체질을 하여 좁쌀이 떨어지면 세월이 안 되고, 입쌀(멥쌀)이 떨어지면 세월이 잘 된다고 점치기도 한다.

‘달불음’은 콩을 그 해 달 수대로 표시를 하여 수수깡 속에 넣어 묶어서 우물에 넣었다가 이튿날인 대보름날 새벽에 꺼내어 그 불어난 정도에 따라 그 달의 수해 · 한해, 평년작을 징험(徵驗)한다. ‘집불음’도 방법은 달불음과 마찬가지인데, 다만 콩에 호주(戶主)의 표시를 하여둔다. 콩이 많이 불은 주인의 집은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달불음과 비슷한 형태로 용경, 즉 ‘용의 밭갈이’가 있다. 앞서 언급한 용의 밭갈이는 자연현상을 통한 농점이지만 충청도 용천지방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주어진 현상을 통한 점법이 아니라 인위적인 점법에 속하는 형태이다. 이 지방에서는 정월 14일 밤에 12개월에 해당하는 12개의 그릇에 물을 담아 밖에다 얼린다. 15일 밤에 보아 얼음의 양이 많은 그릇에 해당하는 달은 비가 많이 내리고, 반대로 얼음의 양이 적은 달은 비가 적게 내린다고 점친다.

이와 같이 인위적 점법도 다른 유형들과 같이 주로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졌으며, 곡물의 실험에 의한 점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점법은 어떤 자연현상만을 보고 점을 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자연현상을 조사하거나 실험하여 과학적인 징후들을 찾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농점은 나타난 현상의 징후를 선험적 지식만으로 그 결과를 예측하지만, 이처럼 적극적인 인간행위로 점쳐보려 하였던 의지도 얼마간 있었다.

세시에 따른 농점

농점을 월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설날

설날은 일년의 시초이니 이날의 날씨는 바로 일년 날씨의 예조(豫兆)라고 하여, 설날의 날씨를 보아 일년을 점쳤다. 곧, ‘1일에 대설(大雪)이면 오곡이 풍작이나 축재(畜災)가 있고 과일이 흉작이다.’, ‘1일에 비가 와서 질면 농사가 풍년이 든다.’, ‘1일에 동북풍이 불면 오곡이 풍등하고 서북풍이 불면 대수(大水)가 있다.’, ‘1일에 폭풍이면 축재가 있고 한발로 채소가 적다.’, ‘1일부터 5일 사이에 날씨가 흐리면 악역이 전염할 징조이다.’ 등이다.

12지일(十二支日)

정월 초하루부터 열이튿날까지의 12일 동안을 일진에 의하여 모일(毛日)과 무모일(無毛日)로 나눈다. 설날이 모일인 때에는 오곡이 잘 익어 풍년이 들며, 무모일인 때에는 흉년이 든다고 한다. 또한 털 있는 짐승날, 즉 모일이 세수(歲首)에 들면 목화가 잘 된다고도 한다.

전라남도에서는 ‘고양할미’를 ‘괭이할미’라고 부르는데, 이 할미는 하늘에서 정월 초하룻날 일찍이 내려왔다가 첫소날〔上丑日〕에 올라간다고 한다. 이 할미는 지상에 오면 한 말의 곡식을 하루 한 되씩 소비하다가 상천하는데, 곡식을 다 소비하고 상천하면 보리농사가 흉작이 되고 곡식을 소비하지 못하고 상천하면 풍작이 된다고 한다. 한편 경상남도에서는 정월 초 3일 안에 소날이 들어야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입춘

우리나라 속담에 ‘보릿고개〔麥嶺〕가 가장 험하다.’고 하거니와 이날 보리뿌리점을 친다. 입춘날에는 일진의 간(干)을 보아 점복하는데, 이는 원단(元旦)의 점세처럼 24절기의 첫번째인 입춘도 중요시하였기 때문이다. 곧, 『산림경제』에는 입춘일에 “이날이 갑(甲)이면 풍숙(豐熟)하고, 병정(丙丁)이면 대한(大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세전(歲前)에 입춘이 들어 있으면 대풍이라고 하였다.

입춘날의 일기점으로는, ‘입춘날 아침에 동북풍이 불면 오곡이 대풍하고 서북풍이 불면 홍수가 있다.’, ‘입춘 날씨가 맑게 개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 ‘입춘 뒤에 눈이 오면 흉년이 든다.’ 등이 있다. 충청남도에서는 이날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어느 곡식이 풍년이 들 것인가를 점치는데, 먼저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 해에 풍작이 든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이날 풍농을 기원하는 입춘굿을 하는데, 무당이 여염집에서 뽑아온 볏단의 실부(實否)로 그 해의 풍흉을 점쳤다.

상원

상원은 그 전후를 포함하여 함께 다룬다. 농가에서는 정월 14일부터 대보름인 상원 사이에 점세가 가장 많다. 자연현상에 의한 점법으로는 앞서 말한 달점 · 좀생이보기 · 용의 밭갈이 등이 있다.

일기점으로는 ‘정월 보름날 안개가 끼면 충해가 많다.’, ‘정월 보름날 쾌청하면 풍년이 든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바람이 불면 2월에 영동바람이 세다.’는 등 꽤 많은 일기점이 전해지고 있다. 동물점으로는 소 · 까치 · 닭 · 용 등에 의한 점법이 있다. 또한, 줄다리기 · 고싸움놀이 · 차전놀이 · 석전 · 횃불싸움 · 쥐불놀이 · 달집태우기 · 윷놀이 등과 같은 민속놀이에 의한 점법과, 나무그림자점 · 사발재점 · 달불음 등과 같은 인위적 방법에 의한 점법이 있다.

이 밖에 농점과는 다르나 지역에 따라서는 금기사항도 전하여 온다. 예를 들면, 평안도지방의 삼〔麻〕농사를 많이 하는 곳에서는 정월 보름날 아침에 키가 작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꺼리고 키가 큰 사람이 찾아오면 반기고 잘 대접한다. 키가 작은 사람이 찾아오면 삼이 크지 않고 키가 큰 사람이 찾아오면 삼이 크게 자란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정월 14일 남에게 식수를 주면 김매는 날에 폭우가 와서 논두렁이 무너진다고 하여 농가에서는 식수를 주지 않는다. 이것은 정월 13일을 춘절(春節), 14일을 하절, 15일을 추절, 16일을 동절에 해당하는 날로 보아, 14일은 바로 하절의 전조가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2월

2월은 ‘영동달’ 또는 ‘영등달’이라고 하는데, 초하룻날에는 영동할머니라는 풍신(風神)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하여 바람에 관한 일기점이 많다. 즉, ‘2월 초하룻날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들고 비가 오면 풍년이 들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 ‘2월 초하룻날이 바람영동이면 그 해는 바람 부는 날이 많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그 해는 비가 흔해서 농사가 잘 된다.’, ‘2월 12일에 바람이 불고 20일에 비가 오면 그 해 농사가 잘 된다.’고 하는 등이다.

전라남도에서는 면화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2월에 묘일(卯日)이 몇 번 드는가를 보아 면화의 풍흉을 점친다. 2월 한 달에 묘일이 세 번 들면 그 해 면화가 잘 된다고 한다. 경상남도에서는 저녁에 소말뚝 위에 올라가서 자기 그림자를 보아 머리나 팔 등이 보이지 않으면 그 해 신수가 좋지 않거나 흉년이 든다고 점치는 곳도 있다. 충청남도 · 강원도 등지에서는 이날 콩과 약간의 보리를 섞어 한 되를 볶는데, 이것이 한 되가 되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 이날 콩을 볶아 먹으면 노래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3월

3월은 점복이 가장 적은 달이다. 이 달의 일기점으로는 ‘삼월삼짇날 비가 오면 누에치기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4일에 번개하면 대풍이다.’, ‘그믐날 비가 오면 보리가 흉년이다.’, ‘청명날 남풍 불면 풍작이다.’, ‘청명날 날씨가 약간 어두워야 그 해 농작물에 풍년이 들고, 너무 맑으면 시원치 않다.’는 등이 있다.

4월

4월에 들어 입하(立夏)가 되면 초여름이 시작되는데 입하날의 일기로써 점을 쳤다. 일기점으로는 ‘초파일에 비오면 풍년이 든다.’, ‘갑자일에 천둥하면 해충이 많다.’, ‘1일에 동풍이면 콩에 좋고, 남풍이면 옥수수에 좋으며, 종일 바람 불면 오곡이 대풍이다.’는 등이 있다.

5월

5월에는 하지(夏至)의 일기로 점을 쳤다. 민간에 전하는 점복으로는, ‘3일에 비오면 홍수가 있다.’, ‘5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늦고 또 흉년이 든다.’, ‘하지에 비오면 풍년이 든다.’는 등이 있다. 이 밖에 5월 10일 내리는 비를 태종우(太宗雨)라고 하여, 이날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한다.

6월

6월은 비교적 점복속(占卜俗)이 적은 편이다. 이 달의 점복으로는 ‘1일에 비오면 쌀이 귀하다.’, ‘삼복에 크게 더우면 겨울에 눈비가 많다.’, ‘6월에 파리가 없으면 곡가(穀價)가 오른다.’, ‘6월 아침에 천둥하면 풍년이다.’, ‘6월 20일 해질 때 구름 한점 없이 맑으면 그 해 농사는 풍년이다.’는 등이 있다. 그리고 충청남도에서는 유두에 유두면 · 수단 · 건단 · 연병 등을 해먹고 팥죽을 쑤어 먹으면 풍작이 든다고 한다.

7월

7월에는 입추 · 칠석 등이 있어 점복하였다. 농사를 거의 다 지은 뒤라 농점이 별로 없는 편이다. 점복으로는 ‘1일에 비오면 쌀이 귀하고 사람에게 재앙이 있다.’, ‘4일에 비오면 벼에 쭉정이가 많다.’, ‘처서날 비오면 흉년이 든다.’, ‘백로(白露)가 7월 중에 들면 그 해 외(오이)가 잘 된다.’는 등이 있다.

8월

8월에는 추석과 추분이 있다. 이미 농삿일이 끝났으므로 동절의 일기와 다음해를 점복하였다. 곧, ‘가을에 바람이 없거나 구름 끼면 명춘(明春)에 비가 적다.’, ‘1일에 큰 바람이 불면 명년 봄에 가물고 여름에 비가 많으며, 1일에 청명하면 겨울에 가물다.’, ‘추석날 맑으면 보리풍년이 들고, 비가 내리며 흉년이 든다.’고 하는 등이다.

9월

9월에는 비교적 점복속이 적다. 일기점으로 ‘1일에 서리가 내리면 백성이 손해본다.’, ‘초순에 비바람이 있으면 명년 여름에 홍수진다.’, ‘9월에 천둥치면 쌀이 귀하다.’는 등이 있다.

10월

10월도 점복속이 적다. 『산림경제』에 “회일(晦日)에 비가 오면 보리농사에 좋다. 15일에 맑으면 겨울에 따뜻하다.”라고 되어 있다. 이 밖에 경상북도에서는 시월에 부엉이가 울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

11월

11월 초의 천간일(天干日)에 의하여 다음해의 한우(旱雨)와 농곡의 성장을 점쳤고, 또 풍운(風雲)으로 연사 · 질병 등을 점쳤다. 일기점으로 ‘동짓날 추우면 명년에 호랑이가 많다(해충이 적다)’, ‘동지 전에 결빙(結氷)하면 대풍, 동지 뒤에 결빙하면 흉년, 동짓날 밤에 청명하면 흉년이다.’, ‘동짓날 눈이 많이 내려 쌓이면 보리농사가 잘 된다.’는 등이 있다.

또한, 동짓날 일년 열두 달에 해당하는 팥죽 열두 그릇을 떠놓고, 죽이 식은 뒤 죽에 물기가 있고 없음에 따라 그 달의 강수량을 점쳐 다음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가운데가 터서 갈라지는 그릇에 해당하는 달은 가물다고 한다. 이 밖에 전술한 ‘용의 밭갈이’가 있다.

12월

12월은 일년의 마지막 달이니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것과 세시적인 여러 점복속이 전한다. 일기점으로 ‘동절에 얼음이 두꺼우면 명년에 대풍작이다.’, ‘결빙 뒤에 다시 물이 빠지면 명년에 가뭄이 온다.’, ‘섣달 그믐날 밤이 캄캄하면 다음해에 풍년이 든다.’, ‘처마 끝의 고드름이 많고 굵으며 길면 다음해에 풍년이 든다.’는 등이 있다. 또한 윷놀이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자연현상이나 날씨, 동식물의 정령(精靈) 등이 인간생활과 교섭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여기에서 원시신앙이 생겼으며, 미래의 운명과 행복한 삶을 위하여 점복법을 채택하여 미래를 점쳤다.

특히, 농경민에 있어서 가장 큰 소망은 풍작에 있었고, 이를 점쳐보려 하였던 점풍(占豐)은 세시풍속으로 정착되어 생활화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농점은 풍수가나 점복가가 점치는 것이 아니라 농사의 경험이 많은 노인과 예로부터 전승되는 농가의 지식, 그리고 일관(日官)과 당년의 책력에 기록된 문자와 간지 등에 의하여 점쳐졌다.

농점을 시기별로 보면, 정초 상원과 동절에 주로 행하였고 파종이 끝난 뒤에는 별로 행하지 않았다. 우리의 농경의례는 정월의 기풍의례(祈豐儀禮), 5월과 7월 사이의 성장의례(成長儀禮), 9월과 10월의 수확의례(收穫儀禮)로 나눌 수 있거니와 그 가운데 기풍의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월의 농경의례는 농작물의 풍작을 기원하는 순수한 예축(豫祝)을 위한 것과 그 해의 수확을 미리 점쳐보려는 점풍을 위한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점풍에 관한 것이 많다. 특히 상원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새해의 첫 만월이 상징하는 생명력 · 생산력 · 풍요성 등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점 방법은 해 · 달 · 별이나 비 · 바람 등 자연현상과 동식물, 그리고 민속놀이인 줄다리기 · 차전놀이 · 윷놀이 등의 승부로 징험하였고, 인위적인 것으로 나무그림자점 · 달불음 등이 있었다. 그 대상은 풍(豐) · 흉(凶) · 수해 · 곡귀(穀貴) · 질병 · 두태(豆太) · 맥작 · 지마(芝麻) · 양잠 · 육축(六畜) · 화과(花果) · 황화(蝗禍) 등이다.

내용은 연초에서 춘하에 이르기까지, 즉 추수를 하기 이전에는 일년 일과 질병 · 풍흉 등이 큰 관심거리였고, 추동에 있어서는 이미 추수도 끝났으므로 그 해보다도 다음해의 연사, 특히 춘계에 있어서의 한수(旱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참고문헌

『산림경제(山林經濟)』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해동죽지(海東竹枝)』(최영년, 장학사, 1921)
『세시풍속집』(방종현, 연학사, 1946)
『한국민속고』(송석하, 일신사, 1960)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문화재관리국, 1969∼1981)
『한국구비문학대계』 2-3 -삼척군편-(김선풍,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한국세시풍속연구』(임동권, 집문당, 1985)
『한국농경세시의 연구』(김택규, 령남대학교 출판부, 1985)
『재중 연변조선족의 민속조사보고서』-풍속·놀이 편-(국립민속박물관, 1997)
「외바퀴수레[獨輪車]싸움연구」(김선풍, 『한국민속학』 19,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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