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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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콩국
냉콩국
식생활
개념
계절의 특산식품으로 만들거나 상용식품을 계절에 맞추어서 만들어 먹는 음식.
내용 요약

시식은 계절의 특산식품으로 만들거나 상용식품을 계절에 맞추어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일정한 형식에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형편에 따라 즐기는 식생활 풍습이다. 계절의 미각을 즐기는 것과 함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의미도 있다. 햇나물로 만드는 봄철의 시식은 겨울 동안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한다. 여름의 보양 시식은 더위로 인하여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킨다. 겨울철의 시식은 지방이 풍부하여 추위를 덜 타게 하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식품이 생산되고 있어 이러한 시식 풍속이 사라지고 있다.

목차
정의
계절의 특산식품으로 만들거나 상용식품을 계절에 맞추어서 만들어 먹는 음식.
내용

제철의 식품을 음미하고 즐기려는 것으로 일정한 주1을 맞아 그 뜻을 기리면서 만들어 먹는 절식(節食)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절식은 민속적 의미와 사회성이 깊은 데 반하여, 시식은 특산의 고장에서 형성되고 발달된 고유성이 깊은 식생활 풍속이다.

우리나라의 시식풍속은 농업을 위주로 하는 생활환경과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형성되었다. 농경생활은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게 하였고, 변화가 뚜렷한 사계절에 따라 독특한 식품이 수확되므로 계절마다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특유의 식생활 풍속을 형성하게 되었다.

또한 풍토상의 특성이 다양한 지리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아 고장에 따라서 다르게 형성되었다.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식품이 생산되고 있고, 공업화나 도시화로 생활양식이 크게 변하여 이러한 시식풍속이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시대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는 시식풍속도가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를 중심으로 우리의 시식풍속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봄철 조석반상에는 봄나물로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친다. 특히 연한 쑥으로 끓인 주2은 쌉쌀한 맛과 쑥향이 봄철의 입맛을 돋운다. 음력 3월 보름을 전후하여 서울의 떡집에서는 송기떡 · 주3 · 주4을 팔기 시작한다.

3월에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주안상에는 수란주5전골 · 조기찌개 · 탕평채 · 도미찜과 같은 안주가 두견주(杜鵑酒) · 도화주(桃花酒) · 소국주(小麴酒) · 주6 · 죽력주(竹瀝酒) · 서향주(瑞香酒) · 주7와 같은 봄철 특유의 명주와 함께 오른다.

곡우가 가까워지면 한강 하류의 행주 · 고양 부근에서는 웅어[葦魚]가 많이 잡힌다. 웅어회는 이 고장 명물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사옹원의 한 분장인 주8를 고양에 두어 웅어를 잡아 궁중에 진상하게 하였다.

봄철의 떡으로는 개피떡 · 산떡 · 환떡 · 진달래 화전 등이 있다. 산떡은 5색으로 물들인 찹쌀 경단을 5개씩 꿰어 만든 것이고, 환떡은 찹쌀가루에 쑥이나 주9를 섞어 둥근 모양으로 만든 절편이다. 4월이 되면, 어채 · 어만두 · 미나리 강회 · 실파강회 등이 별미이고, 주10 · 파적 등도 인기 있는 음식의 하나이다.

늦은 봄에서 이른 여름이 되면 서울에 가까운 어장에서는 민어가 많이 잡힌다. 민어는 살이 희면서 단단하고 맛이 좋아 얇게 저며서 고기 · 버섯 · 미나리 등을 다져 만든 속을 넣고 만두모양으로 빚어서 주11에 삶아 만드는 어만두에 사용되었다.

여름철에는 나라에서 관리들에게 얼음을 나누어주기 시작한다. 민간에서는 맑은 계곡으로 나가 발을 적셔 더위를 잊는다. 그리고 이 계절에 새로 거두어들이는 밀을 빻아 여러 가지 밀가루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닭 국물에 애호박을 넣고 끓인 칼국수, 닭 국물에 미역을 풀어 넣고 끓인 수제비, 애호박을 채 썰어 넣고 기름에 얇게 지진 밀전병 등은 매우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맛을 주는 민간의 여름철 음식이다.

더위를 이기기 위한 보신용 시식으로는 주12 · 주13 · 육개장 · 개장국과 같은 음식이 쓰인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더위 속에서도 쉽게 변질되지 않는 주14을 만들어 시식으로 하였다. 증편은 쌀가루를 술로 반죽하여 부풀게 한 다음 대추 · 주15 · 석이버섯 등을 얹어 찐 떡이다.

여름철의 술에는 소주에 대추 · 용안육 등을 담가 재운 약소주가 쓰이고, 술안주로는 편수 · 밀쌈 등이 곁들여진다. 편수는 밀가루반죽을 얇게 밀어 네모나게 썬 것에 고기 · 채소 등을 채 썰어 볶아 만든 속을 싸서 찐 것이고, 밀쌈은 밀가루를 개어서 얇게 부친 것에 고기 · 채소 등을 채 썰어서 볶은 것을 놓고 말아서 썬 것이다. 밀쌈을 좀더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 구절판이다.

가을철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수확의 계절로, 햅쌀로 빚은 주16송편, 주17햇콩을 넣고 지은 햅쌀밥과 또 밤을 까서 넣고 지은 밤밥 등이 대표적인 시식이다. 여기에 초가을의 특산식품인 버섯과 고기 · 채소를 꿰어 화양적(花陽炙)을 부치고 토란으로 맑은 장국을 끓인다. 화양적은 고기 · 삶은 도라지 · 버섯 · 파 등을 각각 조미하여 볶아서 색을 맞추어 꿴 다음 실백 다진 것을 뿌린 음식이다. 토란은 추석을 전후하여 산출되는 서류(薯類)로서 예전에는 이때가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계절식품이었다.

가내양계만을 실시하던 시대에는 봄철에 부화한 병아리가 추석을 전후한 계절이 되면 요리하기에 알맞은 중닭으로 자라므로 찜요리를 하여 시식으로 즐겼다.

9∼10월경에 들어서면 밤 · 대추가 한창 먹기 좋게 익으므로 주18 · 주19 · 주20 · 주21 등이 가을철의 별미음식으로 이용되었다. 밤초나 대추초는 밤 · 대추를 각각 꿀에 졸여 실백 다진 것을 뿌린 음식이다. 율란은 밤을 삶아 체에 내려 곱게 하고, 조란은 대추를 다져서 각각 꿀과 계핏가루를 섞어 모양을 만들어 꿀을 바르면서 실백 다진 것을 뿌린 음식이다. 9월에는 주22이 시절음식이고, 국화주가 계절주이다.

겨울철에 들어서면 김장이 시작된다. 김장을 끝내고 이듬해 봄에 필요한 메주를 쑨 다음에는 시루떡을 한다. 시루떡은 이 계절의 대표적인 시식의 하나라 할 수 있으며, 멥쌀가루나 찹쌀가루를 교대로 안치고 검은 콩이나 팥 삶은 것을 교대로 켜마다 고물로 얹어 찐다. 멥쌀가루에는 무채와 주23를 섞어 넣고, 찹쌀가루에는 호박고지만을 섞어 넣고 찐다.

추위가 더해지면서 주안상에는 전골 · 열구자탕(悅口子湯)이 오른다. 전골이나 열구자탕을 놓고 벌인 술자리는 더운 화로를 중심으로 모인 모임이라는 뜻으로 난로회(煖爐會)라 하였다., 또는 한 그릇을 중심으로 서너 명이 둘러앉아 먹는다고 주24라 하였다. 전골 · 열구자탕은 뜨거운 음식으로서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어한용 시식(禦寒用時食)의 하나이다.

만두냉면은 겨울철 명물이다. 만두에는 밀가루만두 · 메밀만두가 있다. 냉면은 메밀국수를 육수 또는 동치미 국물에 말아 차게 만든 음식이다. 특히 함경도평안도의 겨울철 시식이었다. 바닥은 따끈따끈하고 윗공기는 건조한 온돌환경에서, 찬 냉면이 겨울철의 시식으로 형성된 것이다.

소의 뼈 · 족 · 머리 · 내장 · 살코기 등을 주25하여 국물이 유백색이 되도록 푹 고아 만든 설렁탕은 어한과 보신을 겸한 서울지방의 시식이었다. 12월에 들어서면 설음식의 준비 겸 여러 가지 강정류를 만들었는데, 특히 엿강정 · 주26 등은 열량 보완 음식이었다.

시식은 일정한 형식에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만들 수 있는 토착음식을 기본으로 하여 자신의 형편에 따라 즐기는 식생활풍습이다. 계절의 미각을 즐기는 것과 함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의미도 있었다. 햇나물로 만드는 봄철의 시식은 겨울 동안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하고, 여름의 보양시식은 더위로 인하여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키고, 겨울철의 시식은 지방이 풍부하여 추위를 덜 타게 하는 음식이었다.

참고문헌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한국식품사연구』(윤서석, 신광출판사, 1974)
『한국식품사회사』(이성우, 교문사, 1984)
주석
주1

명절과 국경일을 통틀어 이르는 말. 우리말샘

주2

어린 쑥을 데쳐 곱게 이긴 뒤에 고기 익은 것과 섞어 빚어, 달걀 푼 것을 씌워 맑은장국에 넣어 끓인 국. 우리말샘

주3

멥쌀가루에 삶은 쑥을 넣어 만든 반죽으로 빚은 송편. 우리말샘

주4

곶감, 대추, 밤, 잣, 호두, 청매당, 귤병, 용안육, 건포도, 민강 가운데에 몇 가지를 섞어 만든 떡. 우리말샘

주5

백합과의 조개. 몸의 길이는 25mm 정도이고 둥근 모양이며, 껍데기는 갈색이고 가장자리는 자색이다. 식용하며 개펄의 진흙에 사는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말샘

주6

술의 하나. 소주에 배즙, 생강즙, 꿀 따위를 넣고 중탕하여 만든다. 우리말샘

주7

새해에 오일(午日)마다 네 번을 거듭 빚어서 봄을 지내며 익힌 술. 해가 지나도 술이 변하지 않는다. 우리말샘

주8

조선 시대에, 사옹원에 속하여 웅어를 잡아서 궁중에 바치던 부서. 웅어의 명산지인 한강 하류의 고양에 두었다. 우리말샘

주9

소나무의 속껍질. 쌀가루와 함께 섞어서 떡이나 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리말샘

주10

미나리를 약간 길게 잘라, 소금에 약간 절여 짜서 밀가루와 달걀을 물에 개어 함께 무쳐서 번철이나 프라이팬 따위에 지진 음식. 우리말샘

주11

쇠고기를 잘게 썰어 양념을 친 다음 맑은 장물에 끓인 국. 우리말샘

주12

어린 닭을 재료로 하여 만든 음식의 하나. 닭의 털을 뽑고 내장을 버린 후에 통째로 삶아 만든다. 우리말샘

주13

냉국의 하나. 영계를 곤 국물에 껍질을 벗겨 볶은 깨를 갈아 밭친 물을 섞고, 미나리, 오이채, 버섯 따위를 살짝 데쳐 넣는다. 우리말샘

주14

여름에 먹는 떡의 하나. 멥쌀가루를, 막걸리를 조금 탄 뜨거운 물로 묽게 반죽하여 더운 방에서 부풀려 밤, 대추, 잣 따위의 고명을 얹고 틀에 넣어 찐다. 우리말샘

주15

껍데기를 벗긴 알맹이 잣. 우리말샘

주16

‘올벼’의 옛말. 우리말샘

주17

채 익지 아니한 곡식 이삭을 불에 넣어 굽는 일. 우리말샘

주18

세실과(細實果)의 한 가지. 삶은 밤을 잘 으깨어 계핏가루와 꿀을 섞고 반죽하여 도토리 크기로 둥글게 빚어 잣가루를 묻혀 만든다. 우리말샘

주19

세실과(細實果)의 한 가지. 대추를 쪄서 씨를 빼고 체에 걸러 꿀에 반죽하여, 밤 가루를 꿀에 버무려 소를 만들어 박고, 대추 크기만 하게 빚어 잣가루를 묻혀 만든다. 우리말샘

주20

대추로 만든 과자의 하나. 대추가 푹 무르도록 쪄서 꿀, 기름, 계핏가루와 함께 버무리고 잣가루를 뿌려 대추 모양으로 만든 뒤 꼭지에 실백잣을 박아 만든다. 우리말샘

주21

밤으로 만든 과자의 하나. 황밤이나 생밤을 푹 삶아 꿀을 넣고 다시 조린 후 으깨어 계핏가루와 잣가루를 뿌려 만들거나, 삶은 밤을 벗겨 꿀을 넣고 푹 끓인 다음 으깨어 계핏가루를 뿌려 만든다. 우리말샘

주22

깨끗이 씻은 감국(甘菊)의 꽃에 찹쌀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지진 음식. 주로 음력 9월 9일에 해 먹는다. 우리말샘

주23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린 반찬거리. 물에 불려 볶아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우리말샘

주24

여러 사람이 각자 한 가지씩의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모여서 노는 놀이. 우리말샘

주25

고기나 생선 따위를 양념을 하지 않고 맹물에 푹 삶아 익힘. 또는 그렇게 만든 음식. 우리말샘

주26

산자(饊子)에 잣을 쪼개 붙인 유밀과.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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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윤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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