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 3책. 필사본. 서문과 발문이 없어 편찬경위는 알 수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
권1∼4에 시 548수, 권5에 서(序) 4편과 발·명·전·논·변 각 1편, 권6에 제문 19편, 애사 1편, 잡저 1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시는 산중생활의 고독이나 은일적인 기분을 토로한 것이 많다. 「돈적(遯跡)」·「독좌(獨座)」·「유거(幽居)」·「유회(幽懷)」 등은 모두 고독한 감회를 읊고 있다. 「사거독회옹시(寺居讀晦翁詩)」나 「조기(朝起)」는 산사(山寺)에서의 생활을 보여주는 시이다. 「야좌무등(夜座無燈)」·「야좌(夜座)」·「월야(月夜)」·「강야(江夜)」 등은 밤을 소재로 하여 고독감을 읊은 것이 특색이다.
「기녀수인내견일모귀거임별유부(妓女數人來見日暮歸去臨別有賦)」·「영채녀(詠採女)」는 산중에서 여인에 대하여 느끼는 낭만을 읊은 시이다. 「효발여산(曉發礪山)」 등 여행 중의 감회를 읊은 것도 상당수 있다. 「영어자(詠漁者)」는 5언 108운이나 되는 장편인데, 강변에서 태어나 고기잡이하는 일생을 그린 서사시로 시적 역량이 과시되어 있다.
「매시행(賣柴行)」은 7언체의 장편으로, 한양 성문이 열리면 땔나무를 팔기 위해 수많은 나무꾼이 들어와 저자거리를 이루는 풍습을 그린 가행체 풍속시이다. 이 밖에도 「차두공부추우탄(次杜工部秋雨歎)」·「차소릉운(次少陵韻)」·「차두운(次杜韻)」 등 두보(杜甫)의 시를 차운한 것이 많다. 저자의 시는 일반적으로 성당(盛唐)의 시풍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권5의 서(序)에 있는 어느 승려에 대한 증서(贈序)인 「증매상인서(贈梅上人序)」, 연경(燕京)에 가는 조정옥(趙鼎玉)에게 써 준 「송조길백지연서(送趙佶伯之燕序)」 등은 저자의 교류관계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영동군관안서(永同軍官案序)」는 충청북도 영동군 지방군관의 관안에 대한 서문이다. 이 밖에 「가은만고소서(稼隱漫稿小序)」는 다른 별개의 저서에 대한 서문으로 보인다.
전의 「한명삼전(韓命三傳)」은 형제간의 우애와 의리가 남달랐던 82세 된 실존 인물에 대해 쓴 전기이다. 논·변은 중국 고대의 인물들을 평가한 과거시험 문체의 글이다. 제문의 「제이승지문(祭李承旨文)」은 승지 이명희(李命熙)에 대해 쓴 것으로, 그와의 교류를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잡저의 「학규서여길아(學規書與吉兒)」는 자손이 공부하는 데 지켜야 할 규칙 7개 항과 일상적인 예절에 관한 예절 14개 항을 규정한 것으로, 매우 엄격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