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718년(숙종 44)에 출생하여 영·정조 시대에 활동하였던 사람으로 추정된다. 그 근거는 첫째, 내용 중에 대사간을 지낸 박사해(朴師海)와 창수(唱酬)한 시가 많다. 둘째, 저자가 66세 때 진종(眞宗)의 영릉참봉(永陵參奉)이 되어 지은 것으로 보이는 시의 서문에서, 자신이 진종보다 한 해 먼저 출생하였음을 밝혔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대략 출생 및 활동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저자는 시에 능하고 시작활동도 대단하였던 사람으로 보인다.
2권 2책. 필사본. 미간행 초고본으로 추정되며, 서문과 발문은 모두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권1·2에 시 791수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 권1의 시에는 장편이 많다. 그 중에서 「학탄(鶴歎)」은 5언체의 장시로 신비적 동물인 학에 대하여 동경심을 표현한 시이다.
「백마강회고(白馬江懷古)」 2수는 조룡대(釣龍臺)·낙화암 등 백제의 옛 고적들을 돌아보며 역사에 대한 감회를 읊은 시이다. 「범고란사전회고(泛皐蘭寺前懷古)」는 역사를 회고하는 뜻이 담겨 있다. 「비비정월야(飛飛亭月夜)」는 절벽 위의 고루(高樓)에서 달빛이 비치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읊은 서경시로, 표현의 기교가 돋보인다.
「송인지연(送人之燕)」이나 「주계별곡(朱溪別曲)」 등은 상리(傷離)의 정을 나타낸 것이다. 어느 때는 장부의 기개를 펴 보이고, 또 어느 때는 섬세한 여심을 흐느끼고 있어 격조와 운치가 조화를 이룬다.
「관등(觀燈)」은 깊은 불리(佛理)를 말한 것은 아니나 저자가 평소에 지녔던 불교적 취향을 드러낸 풍속시이다. 「문뇌희증섬질(聞雷戱贈暹姪)」은 평소에 천둥소리를 두려워하였던 조카 섬(暹)에게 지어준 배체(俳體)의 시로 해학이 넘친다.
박사해와 창수한 시가 많이 실려 있다. 이를 통하여 저자의 교유관계를 알 수 있다. 배체의 일종인 「희정창암중함(戱呈蒼巖仲涵)」도 저자의 교유관계를 알 수 있는 자료이다.
권2의 「석북시(石北詩)」는 당시 시명(詩名)을 날렸던 신광수(申光洙)의 시를 차운한 것이다. 그리고 「차두소릉추흥팔수(次杜少陵秋興八首)」 등 두보(杜甫)의 시를 차운한 것도 상당수 있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저자의 문학적 교유를 짐작하게 하는 시가 간혹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