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88.5㎝, 가로 198㎝.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감로탱은 하단의 육도 중생이 중단의 시식(施食) 의례를 통하여 상단의 불·보살이 내리는 감로를 매개로 윤회의 업보에서 벗어나는 의식을 형상화한 영혼 천도용 불교 탱화이다.
바탕 경전은 ≪부모은중경≫·≪우란분경≫·≪목련경≫·≪지장보살본원경≫·≪묘법연화경≫ 및 ≪밀교경전≫이 복합적으로 관계되었다. 정토내영도(淨土來迎圖)·육도회(六道繪)의 성격을 띤다.
18세기의 감로탱은 하단의 육도 중생상의 표현이 좀더 세분화되고 사실적인 변화를 거쳐 당시의 풍속을 보다 잘 반영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 감로탱은 그러한 양식의 작품이다. 화면 구성은 중앙에 재단(齋壇)이 생략되었다.
그리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파상형의 불꽃에 갇혀 있는 절박한 아귀상과 그 고통을 헤아리기라도 하듯이 상단의 칠여래가 쏜살같이 하강하고 있어 화면 전체에 강한 운동감을 준다.
향우(向右)에는 아미타삼존과 그 옆에 합장한 존자 그리고 향좌(向左)에는 두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이 구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타원형의 항하수(恒河水) 바깥으로 표현된 육도 중생의 극악한 고통 장면은 모두 50장면 이상으로서 이제까지의 도상들을 거의 모두 집성하였다.
그리고 각 장면마다 제명(題名)을 적지묵서(赤紙墨書)하여 자료적인 가치가 높다. 하단은 깊숙한 골짜기를 연상시키도록 전면에 산악을 배치하고 지그재그로 멀어지면서 산맥을 이루게 하였다.
그 사이로 중생의 군상들이 펼쳐져 있다. 채색은 황토색 바탕에 녹색과 주홍색을 밝고 선명하게 사용하여 편안함을 준다. 그 중 형벌을 받는 장면이나 호랑이에게 물린 장면, 전쟁 장면 등에는 흰빛 살갗에 핏자국까지 선명하게 그렸다. 그리고 부인의 멱살을 잡아끄는 남편과 말리는 아이들의 모습 등은 매우 사실적인 표현으로 구사되어 있다.
이 그림은 지옥·아귀·전쟁·천인·동물의 약육강식·고통스런 인간사 등이 모두 표현되어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육도회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선암사 소장 무화기(無畫記) 감로왕도와 유사한 모티브를 사용하여 화사간의 영향 관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