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44.5㎝, 가로 217㎝.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감로탱은 육도 중생이 불·보살이 내려 주는 감로를 매개로 육도 윤회(六道輪廻)의 업장을 멸하게 되는 영혼 천도 의식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그 바탕 경전은 ≪부모은중경≫·≪우란분경≫·≪목련경≫·≪지장보살본원경≫·≪묘법연화경≫ 및 ≪밀교경전≫이 복합적으로 관계되었다. 정토내영도(淨土來迎圖)·육도회(六道繪)의 성격을 띤다.
18세기의 감로탱은 하단부의 육도 중생상에 대한 표현이 더욱 세분화, 증가하고 그 표현이 사실적인 점이 특징인데 이 불화는 그 중의 한 예이다. 이 그림은 상단의 불·보살이 매우 축소되어 있다.
그리고 중단의 재단과 의식 장면은 생략된 채 아귀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사의 제상(諸相)으로 이루어져 있다. 채색은 연한 녹색 바탕에 붉은색과 녹색을 주로 사용하였다. 각 장면마다 적지묵서(赤紙墨書)의 제명이 있어 좋은 자료가 되며 보존 상태도 좋은 편이다.
상단은 7불이 철위산(鐵圍山) 너머 먼 곳에서부터 강림하고 있다. 인로왕보살과 관음보살·지장보살도 역시 작은 모습으로 그 좌우에 표현되어 있다. 두 손과 두 발에 북채를 쥐고 연고(連鼓)를 치고 있는 뇌신(雷神 : 우뢰를 맡은 신)도 있다.
화면의 중앙에는 푸른색의 구름 띠가 둥그런 원을 형성한다. 그 내부에는 파도가 일렁이는 가운데 커다란 아귀가 합장한 채 화면을 압도하고 있다. 치켜진 눈썹, 불룩 튀어나온 눈동자, 벌름거리는 코 그리고 한 줄기 불꽃이 뻗어 나오는 벌어진 입의 아귀는 괴기스러운 모습이다. 이 아귀는 아귀도를 헤매는 아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고통과 동일한 고통을 받으러 번역신(變易身)한 비증보살(悲增菩薩)일 수도 있다.
그 향좌에는 그에게 구원의 감로를 얻으려는 실제의 아귀들이 묘사되어 있다. 아귀를 둘러싼 주위에는 왕(王)·승니(僧尼)·천인(天人)·선인(仙人)·사농공상(士農工商)·재인(才人)·복사(卜士)의 모습에서부터 형벌받는 장면, 대규모 전쟁 및 개인들끼리의 다투는 장면이 있다.
또한 병들어 침을 잘못 맞아 죽는 사람, 타향을 떠돌며 걸식하는 사람, 독약을 먹은 사람, 목 졸라 자살하는 모습 등 인간 삶의 처참한 부분을 사실적으로 유형화하여 엮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화면에 형벌받는 장면이나 싸우는 장면 등 삶의 고통스런 장면이 증대된 점은 18세기 감로탱 특징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