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60㎝, 가로 187㎝. 삼성출판박물관 소장. 감로탱은 수륙재(水陸齋)·우란분재(盂蘭盆齋)·사십구재(四十九齋) 등 영혼천도재에 사용되는 하단(下壇) 탱화이다. 화면 구성은 주로 상·중·하단으로 이루어졌다. 하단에는 육도 중생상이, 중단에는 재 의식 장면 그리고 상단에는 감로를 매개로 이들을 천도하는 불·보살의 세계로 구성되었다.
바탕 경전은 ≪부모은중경≫·≪우란분경≫·≪목련경≫·≪지장보살본원경≫·≪묘법연화경≫ 및 ≪밀교경전≫이 복합적으로 관계되었다. 정토내영도와 육도회(六道繪)의 성격을 띤다. 특히 하단에는 고혼의 생전 모습이 현실의 생활상을 빌어 표현된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시대적 변화가 잘 나타나 풍속화적인 가치가 높다.
19세기 후반경의 감로탱은 의식 장면이 확대되고 하단의 중생상이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중생상의 표현은 당시의 서민 풍속을 잘 반영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유의 감로탱은 19세기 말 20세기 전반에 걸쳐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였다. 1868년(고종 5) 수락산(水落山)흥국사(興國寺) 감로탱이 가장 이른 예이다.
이 감로탱도 그와 같은 유형의 작품이다. 화면 상단은 개성 없는 정면관(正面觀 : 앞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평면화된 7불과 아미타삼존·지장보살·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 등이 도식화되어 표현되었다. 그리고 중단은 재 의식(齋儀式) 장면이 확대되어 묘사되고 있다. 하단부에는 대장간·어물장수·엿장수·포목 거래·주막 풍경·낫 갈이·풍악·줄타기와 짚신 파는 장면 등 당시의 풍속을 빌어 표현한 새로운 소재인 시장 풍경과 무속 등이 주목된다.
그중 대장간 풍경은 18세기 후반을 풍미했던 김홍도(金弘道)·김득신(金得臣)류의 풍속화와 유사하다. 실제 장시(場市)를 보는 듯한 이 장면은 감로탱이 얼마나 민감하게 당시의 풍정을 반영하고 있나를 말해 준다. 감로탱에서 그려진 풍속 장면은 폭넓은 풍속화적 자료로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