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함과 연관이 깊다. 일반적으로 나무로 짠 뚜껑 있는 장방형의 그릇을 가리키지만, 약갑·분갑·담배갑·지갑 따위의 ‘갑’에 있어서는 목제 이외의 여러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것까지도 포괄한다.
갑 자체는 한자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중국의 수장구에 있어 큰 것은 궤(匱), 그 다음이 갑(匣), 아주 작은 것을 독(匵)이라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독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삼국유사』에는 금갑(琴匣)의 일화가 전하거니와 소갑(梳匣)·경갑(鏡匣)·연갑(硯匣) 등도 오랜 문헌에서 산견되는 용어들이다.
여기서 거울집·벼루집이라고 할 때 그것들은 비교적 소품에 속하는 편이지만 문방구로서 발달된 문갑(文匣)의 경우에는 외형상으로 다양할뿐더러 그 규격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닌 문서장 겸용의 대형 문갑도 있어서 갑이라는 용어만으로 형태와 규모를 통틀어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갑이라는 말이 지닌 의미는 다양하고 포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