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령자(丕寧子)의 아들이다. 647년에 백제의 대군이 무산(茂山 : 지금의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 감물(甘勿 : 경상북도 김천시 어모면) · 동잠(桐岑: 경상북도 김천시) 등 세 성을 공격해오자 신라의 김유신은 1만의 군사로 이를 막았으나, 백제군의 기세를 당할 수 없어 신라군의 사기는 떨어져 있었다.
그때 비령자는 김유신으로부터 신라군의 사기를 북돋을 임무를 받고 적진 속에 뛰어들어 싸우다 죽었다. 적진으로 돌진하기에 앞서 비령자는 그의 종인 합절(合節)에게 아들 거진이 어린 소년에 불과하지만 장한 뜻이 있으므로 아마도 같이 죽으려 할 것이나, 부자가 모두 죽으면 가족들이 의탁할 곳이 없게 되므로 거진은 돌아가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하도록 명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용감한 죽음을 본 거진은 말고삐를 잡고 만류하는 합절의 팔을 칼로 쳐 잘라버리고는 말을 달려 적진 속에 들어가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 구차하게 사는 것은 효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상전의 죽음을 본 합절도 뒤따라 싸우다 죽었다. 그들의 죽음을 본 신라군은 사기를 얻어 백제군을 크게 깨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