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걸립(貨主乞粒)’이라고도 한다. 주신(主神)에 붙어 다니며 ‘수비’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걸립축원무가(乞粒祝願巫歌)에서 금성대신걸립(錦城大神乞粒)·덕물상산걸립(德物上山乞粒)·한우물용궁걸립[大井龍宮乞粒]·성황걸립(城隍乞粒) 등 다른 신명(神名)과 함께 불린다.
흔히 굿의 마지막 거리인 ‘뒷전’에서 대접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신의 심부름을 맡고 있는 사자(使者)로 해석되나 그 성격은 분명하지 않다.
또한, “남걸립은 져들이고 여걸립은 이어들여, 수레대어 실어들여 먹고 남고 쓰고 남고, 놀고 남게 도와주고······.”라는 무가의 내용으로 보아 남녀의 구별이 있고, 복중에서도 특히 재복(財福)을 주는 기능이 보이기도 한다.
모시는 위치는 집안 대청의 처마 밑이나 입구 한구석에 깨끗한 실이나 낡은 헝겊, 또는 헌 짚신 등을 묶은 것을 매달아놓거나 선반에 모셔놓고 신체(神體)로 삼아 위한다.
황해도 해주에서는 문안의 벽면에 짚으로 만든 작은 가마니를 매달고 공물(供物)을 넣어두는데, 이것을 ‘사신(使臣)가마니’라고도 한다. 무당의 경우는 자기 집 뒷문에 모시기도 한다.
의례는 집안의 경우 다른 가신(家神)들과 함께 위하고, 굿에서는 일반적으로 ‘뒷전’에서 간단한 걸립상(乞粒床)을 차려놓고 하위신인 다른 잡귀·잡신 등과 함께 풀어 먹이지만 동해안 별신굿 등의 굿에서는 ‘걸립굿’이라는 별도의 제차가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걸립’이라 하면 무녀가 새신(賽神)을 위해서나 승려들이 절에 특별히 쓸 경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곡식과 돈을 동냥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신도 역시 거의 걸식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저급한 신령이어서 이러한 ‘걸립’이 신 관념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이 신을 위하였으나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