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우화의 하나로 경쟁담에 속한다. 「여우와 게」라고도 불리며, 널리 구전되고 있는 우화이다.
산에 살고 있는 여우가 어느 날 바다를 구경하려고 바닷가로 내려갔다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발이 여러 개 달린 게를 만났다.
게와 여우가 각각 자기 소개를 하는 가운데, 여우가 백두산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오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자, 게는 바다 밑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열흘쯤 걸리긴 했지만 바다 밑은 백두산보다 훨씬 멀다고 했다. 그 말에 화가 난 여우는 게에게 망신을 주려고 경주를 하자고 제안했다.
게는 “지고 이기고는 해 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여우 당신이 제 앞에 서시오.”라고 말하고는 여우의 뒤로 돌아가 여우의 꼬리를 물었다. 한참 신나게 달리던 여우는 게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궁금해서 뒤돌아보니 게는 자기보다 한 발 앞에 서서 “이제 오느냐.”고 야유를 했다.
몇 차례를 확인해 보아도 번번이 게가 자기를 앞서 있었으므로, 여우는 ‘저놈은 발이 여덟이나 되니까 빠를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하고는 슬며시 백두산 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이 이야기는 『이솝우화』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톰슨(Thompson,S.)의 유형 분류에서는 ‘여우와 가재의 경주’(Type 275)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본 설화의 경우에는 「우렁이와 여우」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유형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설화에서는 게가 가재와 우렁이 등으로 대치되기도 한다. 게, 가재, 우렁이 등의 공통적 속성은 느리다는 것이다. 느리기 때문에 여우와의 경주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통념적 사고는 게의 계교를 통해 파괴된다. 동물담에서는 흔히 약한 동물이 강한 동물을 이기는데, 게의 승리는 이와 일치한다. 이 설화는 게의 승리를 통해서, 힘의 우위보다는 지혜의 우위를 강조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