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은담(動物報恩譚) 혹은 신이담(神異譚) 중 응보담(應報譚)에 속한다. ‘사냥꾼의 소원’·‘은혜 갚은 사슴’이라고도 한다. 고려 말의 이제현(李齊賢)이 저술한 『역옹패설』에 수록되었고, 『고려사』 권94 서희조(徐熙條), 『세종실록』 지리지 경기도이천조, 『동국여지승람』 권8 등에서도 보인다. 구전되는 자료는 드문 편이다.
한 사냥꾼이 사슴을 잡았는데, 사슴이 자기는 원래 선녀이나 죄를 얻어 사슴으로 인간 세계에 온 것이라면서 살려 달라고 했다. 사냥꾼이 사슴을 놓아주고 집에 돌아와 그런 사실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자, 사냥꾼의 아내는 사슴에게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어 달라는 부탁을 하라고 남편에게 시켰다.
사슴은 사냥꾼에게 나타나 큰 집을 바란다는 첫 번째 소원을 들어주었다. 욕심 많은 아내가 가구를 바라는 두 번째 소원을 빌도록 하니, 사슴이 다시 이루어 주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은 아내는 많은 하인을 달라는 세 번째 소원을 부탁하도록 했는데, 사슴은 소원을 들어주기는커녕 본래의 가난한 상태로 되돌아가도록 했다.
이러한 설화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인도 및 유럽에는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톰슨(Thompson) 분류 555번의 「어부와 그의 아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이 다를 뿐 모티프나 줄거리는 우리의 것과 일치하고 있다.
위에서 줄거리를 든 경우는 너무 욕심을 부리다 망했음에 반해, 문헌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특정 인물이 사슴을 구해 주고 그 보답으로 높은 벼슬에 올라 성공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전자는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교훈성이 짙은 반면에, 후자는 특정 가문에서 자신들의 득세를 합리화하고 자랑하려는 의도에서 퍼뜨렸을 만한 이야기이므로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녀가 옥황상제로부터 벌을 받아 인간 세계로 내려왔다는 설정은 도교적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잡았던 동물을 놓아준다는 점에서 이 설화는 수렵민족(狩獵民族)의 문화에서 생성·발전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