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어 ()

언어·문자
개념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나 이야기를 듣는 상대에게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언어표현. 경어법.
이칭
이칭
경어법(敬語法)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의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나 이야기를 듣는 상대에게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언어표현. 경어법.
개설

문장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 상호간에, 누가 누구보다 더 존귀한가 아니한가에 따라 여러 가지 경어법이 있다. 국어의 경어법은 예우의 대상이 무엇이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종류는 그 대상이 어떤 서술의 주체(主體), 즉 한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경어법이다. 이를 주체경어법이라 한다. 두 번째 종류는 주체가 하는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예우하는 즉 한 문장에서 목적어나 기타 부사격으로 등장하는 객체를 높이는 경어법이다. 이를 객체경어법이라 한다. 세 번째 종류는 말을 듣는 사람, 즉 청자를 예우의 대상으로 하는 경어법이다. 이를 상대경어법이라고 한다.

경어법은 학자에 따라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었다. 듣는 사람을 높이거나 낮추어 말하는 법을 존비법(尊卑法), 공손법(恭遜法)이라 하고, 주체를 높이는 법을 존경법(尊敬法), 존대법(尊待法)이라 하며, 객체를 높이는 높이거나 자기를 낮추어 말하는 법을 겸손법(謙遜法), 겸양법(謙讓法)이라 한다. 또한, 주체높임과 자기낮춤을 아울러 공대법(恭待法), 경양법(敬讓法)이라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경어법을 높임법, 존대법(尊待法), 대우법(待遇法)이라 부르기도 한다.

내용

경어법은 국어의 한 특질이기도 하다. 경어법은 문법적인 사실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경어가 체언일 경우에 대체로 한자어가 채택되고, 파생접미사 ‘-님’의 통합으로 이루어지는 점에서 어휘론적인 사실이기도 하며, 듣는 사람에 대한 깍듯한 경의표시를 위하여는 경어법의 사용과 어휘의 선택 및 배열에 각별한 배려가 주어지는 점에서는 문체론적인 사실이라 할 수도 있다.

경어법의 사용은 말하는 사람의 경의표시에 의한 것이나, 경의표시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하여는 아직 정설이 없다. 그러나 경의표시는 말하는 사람보다 상위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상위자를 매기는 척도는 연령, 친족관계,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이라 할 수 있다. 연령은 많을수록, 친족관계는 세대가 높을수록 상위자로 다루어지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은 성취된 지위이므로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러한 것들이 요인으로 작용하여 상위자가 판정되는데, 요인이 상충할 경우에는 우선순위에 따라서 결정된다. 우선순위는 말하게 되는 장면에 따라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서도 달라질 수 있고, 연령에 따른 세대와 친소관계나 지역의 차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어서 결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 네 가지 요인에 따라 상위자가 판정되어 경어법이 사용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주체경어법은 한 문장의 주체 혹은 주어를 어떻게 언어적으로 예우하여 표현하느냐 하는 경어법이며, 이는 그 대상을 높여 대우하느냐 않느냐로만 구분되는 이분 체계의 경어법이다. 높여 대우하지 않을 때는 어떤 특정한 형태소의 첨가 없이 표현되며, 높여 대우할 때만 “아버지가 오신다.”에서처럼 서술어의 어간에 주체존대 표시의 선어말어미 ‘-시-’를 첨가하여 표현한다.

객체경어법은 한 문장의 주어의 행위가 미치는 대상, 즉 객체를 언어적으로 대접하여 표현하는 경어법 체계를 말한다. 객체경어법은 주체경어법과 마찬가지로 누구를 존대하느냐 안느냐로만 이분되는 경어법이다. 그러나 주체의 존대 여부는 주체와 화자의 대비에서 성립하였음에 반해 객체의 존대 여부는 객체와 주체와의 대비에서 성립한다. ‘영희가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는 객체인 할머니는 주체인 영희와 비교되어 존대된 것이다. 이처럼 객체경어법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존비 관계로 성립되기 때문에 ‘할머니’가 존대를 받았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대신 ‘영희’가 낮춤을 받았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길도 있다. 즉 객체의 존대이기보다는 주체의 겸양을 나타내는 겸양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객체경어법은 현대국어에서 그 쓰임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객체경어법은 그것을 표현하는 선어말어미는 따로 없고 ‘드리다, 여쭙다, 뵙다, 모시다’ 등의 특수한 동사 몇 개가 있을 뿐이다.

상대경어법은 청자를 예우의 대상으로 삼는 경어법으로 청자경어법이라고도 한다. 두 경어법은 존대의 대상, 즉 주체나 객체가 현장에 있을 수도 있으나 없어도 쓰이는 경어법인 것과는 달리 상대경어법은 원칙적으로 청자가 현장에 있으며, 그 청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문장에 나타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상대경어법은 예의와 격식을 차려서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격식적 용법과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될 만큼 가깝거나 친한 사이에서 서로를 높이거나 낮추는 비격식적 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격식적 용법은 등급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아주높임, 예사높임, 예사낮춤, 아주낮춤의 네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각각 명령형 종결어미를 따라 ‘합쇼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로 불리기도 한다. 비격식체는 두루높임과 두루낮춤 두 등급으로 분류되며, 이들은 각각 명령형 종결어미를 따라 각각 ‘해요체’와 ‘해체’로 불리기도 하며, ‘해체’를 반말이라고도 한다.

문어체의 편지 등에 쓰이는 ‘하나이다·하소서’ 등을 아주높임보다 더 높은 등분으로 설정하여 하소서체(이희승의 분류) 또는 지공(至恭, 박승빈의 분류)이라 부르는 일도 있다. 그러나 현대어의 대화에서는 두루높임(해요체)과 두루낮춤(해체, 반말), 그리고 아주높임과 아주낮춤이 짝이 되어 사용되고, 예사낮춤과 예사높임이 장년층 이상에서 사용되는 점에 근거하여 등분의 재검토가 행해지고 있다.

한편 국어의 경어법에는 용언의 활용형에 의한 경어법 외에도 특수 어휘에 의하여 남을 높이거나 자기를 낮추어서 상대편을 존대하는 방법이 있다. 존대나 겸양을 나타내는 특수어휘로는 ‘진지, 치아, 약주, 댁, 계씨(季氏), 자당, 가친, 함씨, 저, 상서, 주무시다, 계시다, 잡수시다, 돌아가시다…’등과 접미사나 접두사가 붙어서 존대나 겸양을 나타내는 ‘아버님, 선생님, 귀교(貴校)’과 같은 어휘가 있다.

연원 및 변천

향가에서 상대경어법(공손법)은 ‘음(音)’, 주체경어법(존경법)은 ‘사(賜)’, 객체경어법(겸양법)은 ‘백(白)’으로 표기된다. 이두자료에서는 경어법의 예가 많지 않으나 신라의 ≪화엄경≫ 발문에 주체경어법의 ‘賜’가 나타난다.

‘音’·‘賜’는 음독되어 각각 중세어의 상대경어법의 ‘-(으)ᅌᅵ-’와 주체경어법의 ‘-시-’에 대응하고, ‘白’은 훈독되어 중세어의 객체경어법의 ‘-ᄉᆞᆸ-’ 등에 대응한다. 따라서 경어법은 국어의 고대부터 현대어와 같은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겠다.

중세어에서도 그 체계가 이두자료와 ≪계림유사 鷄林類事≫에 의하여 일찍부터 알려지고 있으나, 15세기 중엽의 한글문헌으로 그 체계의 정연한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상대경어법은 현대어와 같이 정동사에만 나타나는데, 선어말어미에 의하여 표현됨이 다르다.

상대경어법은 ‘ᄒᆞ쇼셔체’, ‘ᄒᆞ야쎠체’, ‘ᄒᆞ라체’로 구분된다. ‘ᄒᆞ쇼셔체’는 종결어미로는 선어말어미 ‘-ᅌᅵ-’, ‘-ᅌᅵᆺ-’이 결합된 평서형의 ‘-(으)ᅌᅵ다’, 의문형의 ‘-(으)ᅌᅵᆺ가’, ‘-(으)ᅌᅵᆺ고’가 있고, 명령형으로는 ‘-쇼셔’가 있다. ‘ᄒᆞ야쎠체’의 종결어미로는 선어말어미 ‘-ᅟᅵᇰ-’과 ‘-ᅟᅵᆺ-’이 결합된 평서형의 ‘-ᅟᅵᇰ다’와 의문형의 ‘-ᅟᅵᆺ가’, ‘-ᅟᅵᆺ고’가 있으며, 명령형으로는 ‘-야쎠’가 있다. ‘ᄒᆞ라체’에는 선어말어미가 결합되지 않는다. 종결어미로는 평서형의 ‘-다’, 의문형의 ‘-가’, ‘-고’, 명령형의 ‘-라’가 있다. 그밖에 ‘ᄒᆞ야쎠체’와 ‘ᄒᆞ라체’ 사이에 정동사어미 없이 선어말어미 ‘-리-, -니-’로 끝나는 등분이 있다.

주체경어법은 선어말어미 ‘-(으)시-’로 표현되는데, 모음어미 ‘-아/어-’ 또는 ‘-오/우-’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언제나 이형태 ‘-샤-’로 교체되었다. 한편, 일부 용언은 현대어와 같이 어간이 ‘좌시다(먹다)·겨시다(잇다)’ 등 보충법에 의하여 교체되나, ‘자다’는 규칙적인 ‘자시다’로 나타난다.

객체경어법은 어간의 말음과 뒤에 오는 어미의 두음에 따라서 ‘-ᄉᆞᆸ-·-ᄉᆞᇦ-·-ᄌᆞᆸ-·-ᄌᆞᇦ-·-ᅀᆞᆸ-·-ᅀᆞᇦ-’으로 교체되는 선어말어미로 표현된다. 이 어미는 거의 모든 용언에 나타나나 주로 타동사어간에 통합된다.

중세어의 말기에 객체경어법(겸양법)은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근대어에서 상대경어법(공손법)으로 변천하였는데, 현대어에서는 그 형태가 ‘하소서체, 합쇼체, 하오체’의 ‘-옵나이다, -습니다, -(으)오’ 등의 어미로 융합되었다. 객체경어법 본래의 기능과 형태는 현대어 ‘뵙다, 여쭙다’의 어간에서 명맥이 유지될 뿐이다. 이러한 겸양법의 변천과 함께, 근대어에서 존경법의 ‘(으)샤’가 ‘(으)시’로 합쳐진 변화로 현대어의 경어법체계가 형성되었다.

현황

국어에는 ‘높이다·낮추다·위하다·하대하다·벗하다·너나들이하다’ 등 경어 사용과 관련된 단어가 많다. 이는 언중(言衆)이 진작부터 경어법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경어법 문법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개화기 이후에 문법서가 출판되면서부터이다. 초기의 문법서(주시경·김두봉 등)에서는 존경법과 공손법만 다루어졌는데, 공손법은 높임·같음·낮춤의 3등분으로 나누어졌다.

1930년대의 문법서(박승빈·최현배·이희승 등)에서도 존경법과 공손법만 다루어졌으나 공손법의 등분이 정밀하게 나누어지게 되었다. 겸양법이 문법서에 객체존칭(정열모)으로 불리어서 설명된 것은 광복 이후의 일이다. 이리하여 공손법·존경법·겸양법의 존재가 확인되었는데, 공손법의 등분에 대하여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로는 변형생성문법(變形生成文法)의 이론이 도입되면서 형태의 차이를 중시하며 그에 따른 경어법의 체계를 수립하려는 전통적인 문법연구를 지양하고, 경어법을 명시적인 규칙체계에 반영시키려고 한 연구가 등장하였다.

이와 함께 화행이론(話行理論)에 의한 화용론(話用論)과 사회언어학의 관점에서도 다루어지게 되어 경어법의 연구는 심화되었다. 경어법의 역사적인 연구는 주로 15세기 국어를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졌는데, 겸양법의 기능에 집중되어 왔다고 하겠다. 초기에는 공손법과 같은 것으로 설명되었으나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기능이 인식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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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안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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